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사진)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검찰이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재판에 넘긴 지 4년 10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원 전 원장의 ‘댓글 사건’ 재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61)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60)도 원심대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이 391개의 트위터 계정으로 29만5636차례에 걸쳐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하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2124회 댓글을 단 일 등을 정치개입 또는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찬양·지지하거나 비방·반대하는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했다”고 판시했다.
‘댓글 사건’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앞에 몰려가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원 전 원장 사건은 이날 재상고심까지 5차례 재판 때마다 다른 판결이 내려지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2014년 9월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2월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원심보다 높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뒤 2015년 7월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의 핵심 증거라며 제출한 ‘425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원 전 원장은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 도중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7월 검찰이 원 전 원장이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발언한 내용 등이 담긴 국정원 내부 회의록을 찾아내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같은 해 8월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판결로 2020년 12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하지만 추가 기소된 사건의 재판이 남아 있어 형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외곽팀’ 운영에 국정원 예산 65억 원을 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이던 MBC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수립,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올 1월 기소된 사건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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