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은행금고서 사라진 다이아 귀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금고 운영중단-철거” 직원, 타인에 내용증명 보내
은행측 “실수했지만 도난사건 무관”… 경찰 수사

지난해 11월 A 씨(74·여)는 서울 강남구의 B저축은행을 찾았다. 개인금고에 넣어둔 귀금속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고는 통째로 사라진 상태였다. 금고 안에 있던 귀금속은 다른 고객 상자에 있었다. 게다가 0.8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30돈짜리 금거북이 등 5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은 행방이 묘연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A 씨는 귀금속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0년 11월 B저축은행은 C신용금고와 합병하면서 개인금고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당장 귀금속을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저축은행 지점장에게 개인금고 이용 연장을 부탁했다. 저축은행 측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귀금속을 보관하기로 했다. 2015년 3월 B저축은행은 개인금고 운영을 완전히 중단하고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 계획을 금고 소유주에게 내용증명으로 알렸다. 문제는 A 씨 대신 엉뚱한 사람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A 씨는 2년 넘게 자신의 개인금고가 철거된 사실도 몰랐다.

저축은행 측은 통보 과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귀금속이 사라진 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철거 과정을 촬영한 영상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금고 특성상 실제로 귀금속이 금고 안에 있었는지조차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은행#금고#귀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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