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출생아수 역대 최저… 가팔라진 인구절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통계청, 2월 인구동향 발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형수 씨(34)는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당연히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다. 30대 초반에는 돈이 없어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세금을 내고 나면 300만 원을 전후한 월급으로는 결혼자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돈이 생겨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안 도움을 받아 풍족하게 결혼한 일부 주위 친구들도 육아와 주거 문제로 고생하는 걸 보면서다. 김 씨는 “정부가 애를 낳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현실은 뒤따라 주지 않아 결혼은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2월 기준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2만 명대로 떨어지고 혼인 건수도 처음으로 2만 건 밑으로 주저앉았다.

혼인과 출산 관련 통계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자연적인 인구 감소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2만7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만500명)에 비해 9.8% 줄었다. 이로써 월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27개월 연속 감소했다.

출생 관련 월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1년 이후 2월 출생아 수가 3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전 최저 기록은 작년 2월 3만500명이었다.

월간 출생아 수 2만 명대는 이제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2016년 12월 처음 2만 명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5차례나 월간 출생아 수가 2만 명대였다. 올해 1월 3만 명대를 잠시 회복했지만, 12월 하순에 태어난 신생아를 이듬해 1월 출생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착시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30∼34세 여성 인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줄고 있고, 혼인 건수도 계속 줄어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결혼 건수는 1만9000건으로 지난해 2월(2만1500건)보다 11.6% 줄었다. 역시 2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인구 증가폭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올 2월 인구는 25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년 전 2월(1만7374명)보다 85.6%나 줄어든 것이다. 작년(7700명)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정부는 아직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26조 원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쏟아붓고도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저출산대책 로드맵’을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출산율 수치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오자 발표를 미뤘다. 향후 5년간 재정운용계획을 짜는 국가재정전략회의와 연결시켜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재정 전략을 결정하는 의사결정회의다.

정부는 신혼부부 지원, 출산·양육 경제적 지원, 보육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산대책에 대한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는 “저출산 문제를 이왕 근본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면 현재의 청년들뿐 아니라 앞으로 청년이 될 청소년들의 입시 문제를 삶의 질과 연계시키는 등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인구절벽#출생아수#혼인#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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