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씨, 붓 잡은지 7년만에 해바라기 소재로 문인화 부문 대상
“예상밖의 선물에 어리둥절”… 30일까지 안산서 수상작 전시회
‘그대여 나의 그대여 봄부터 촘… 이어 숨겨온 가슴 깊은 사랑 나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대만 바라보는 한결같은 내 마음을’
23일 제37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탄 이상연 씨(47)는 여덟 송이 해바라기 옆에 임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시 한 수를 읊어 놓았다. 이 씨는 ‘그대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이 작품을 국전에 출품해 영예를 안았다. 문인화로는 보기 드물게 해바라기를 소재로 시(詩) 서(書) 화(畵) 3절(三絶)이 잘 어우러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숭배’와 ‘기다림’이란 꽃말을 지닌 해바라기는 ‘태양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씨도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밝고 강렬한 노란색 해바라기 연작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인천대 조형예술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이 씨는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해 20년 가까이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2011년 미술학원을 하는 화가의 우연한 권유로 붓을 다시 잡고 7년 만에 국전 작가가 됐다.
그는 26일 동아일보와 만나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글서예를 익혔고 미술을 전공하긴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대상을 받아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바라기 그림을 고수하는 이유는….
“문인화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소재다. 2014년 해바라기를 처음 그리기 시작할 무렵에도 주로 매란국죽(梅蘭菊竹)을 그리는 풍조였다. 나만의 작화법을 터득하려 고민하다 해바라기가 눈에 띄었다.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한 작화법을 적용할 수 있어 좋았다. ‘특이하다’며 주위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연작으로 선택했다.”
―수상작 해바라기 모양이 다 다르다. 어떤 의미인가.
“노란색 주황색 녹색 갈색 등 다양한 색감으로 꽃잎과 씨앗을 그린 8송이는 인생 희로애락을 상징한다. 갓 피어난 아기 해바라기에서는 환희를 느낀다. 영글 대로 영근 해바라기는 인생의 전성기와 같다. 맨 위에 있는 해바라기는 시들기 직전 고개를 숙였지만 우뚝 솟은 모습에서 삶의 원숙미를 보여준다. 보통 문인화에서 잉어는 출세, 포도는 자손 번창, 모란은 부(富), 거북이는 장수 같은 전통적 의미를 나타낸다. 한곳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통해 한결같은 마음과 화합을 표현하고 싶었다.”
―국전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그간 해바라기 문인화를 100여 점 그렸다. 2015년 제51회 인천시 미술대전 대상을 받고, 이듬해 연 첫 개인전 수익금을 모두 소아암 환자 돕기에 기부했다. 또 인천재능대의 학교 답례품인 쿠키 포장지에 해바라기 작품을 재능기부했다. 앞으로도 기부 성격의 전시회를 자주 열겠다.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 함께 학교를 돌며 예술교육을 위한 순회 전시회도 마련하고 싶다.”
두 자녀를 둔 이 씨는 학교운영위원, 인천시교육청 학부모기자단 1기 단장, 인천교육정책자문단 지도위원을 지내는 등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학부모 비영리단체 ‘인천교육사랑회’ 대표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인천지역 고교무상급식을 앞두고 ‘예산 돌려막기’ 문제를 지적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30일까지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전 수상작 전시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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