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6시 ‘교통 지킴이’ 효과 만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서울 성동구, 5개 초등교 주변 실험

26일 오후 4시경 서울 성동구 마장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가 노란색 깃발을 들어 차량을 정지시키자 
학생들과 학부모가 길을 건너고 있다. 성동구는 1월부터 하굣길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관내 초등학교 5곳의 통학로로 쓰이는 이면도로에
 교통안전 지킴이를 배치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6일 오후 4시경 서울 성동구 마장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가 노란색 깃발을 들어 차량을 정지시키자 학생들과 학부모가 길을 건너고 있다. 성동구는 1월부터 하굣길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관내 초등학교 5곳의 통학로로 쓰이는 이면도로에 교통안전 지킴이를 배치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6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마장초등학교 정문에서 60m가량 떨어진 이면도로 교차로는 네 방향에서 수시로 차량이 진입했다. 도로 폭은 8m에 불과하고 중앙선도 없는 이면도로라 차들은 아슬아슬하게 교차했다. 약 300m 떨어진 마장축산물시장을 오가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마장초 앞은 차량이 시간당 150∼200대 다닌다. 성동구의 다른 초등학교보다 3배가량 많다. 길 한쪽에는 주변 상가에 짐을 부리는 화물차와 오토바이가 여러 대 세워져 있다.

이 길은 전교생 600여 명의 마장초로 향하는 유일한 통학로다. 정문 앞은 하교시간을 넘겼지만 방과 후 돌봄교실을 마치고 집과 학원에 가려는 1∼4학년 학생이 많았다. 이들 앞뒤로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라고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 2명이 보였다.

학생들은 익숙한 듯 길가에 서있는 이들 교통안전 지킴이 옆으로 다가갔다. 교통안전 지킴이가 수신호로 다가오는 트럭을 세웠다. 그러고는 학생들을 향해 ‘건너라’는 손짓을 하자 아이들이 뛰어 건넜다. 보도와 차도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 평소에는 연신 좌우로 고갯짓하며 건너던 길이다. 이날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는 “돌봄교육이 끝나면 학교보안관이나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없어 아이가 제대로 길을 건널까 불안했다. 그런데 교통안전 지킴이가 생긴 뒤로는 아이 데리러 나오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올 1월부터 차량 통행이 많은 초등학교 5곳의 이면도로에 오후 3∼6시 교통안전 지킴이를 배치했다. 지역에 사는 65세 이상들이다. 등하교시간에는 각각 녹색어머니회와 학교보안관이 차량을 통제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러나 하교시간이 지난 뒤에는 사실상 무방비인 시간대였다. 교통안전 지킴이는 학생과 차량이 한데 섞여 사고 위험이 높은 학교 주변 500m 이내의 이면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지난 약 4개월간 교통안전 지킴이가 있던 10여 곳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0’이었다. 2012∼2015년 성동구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69건의 약 절반이 오후 3∼7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안전 지킴이가 하굣길 이후 시간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셈이다.

학부모도 만족한다. 김선희 씨(38·여)는 “학교에서 놀다 늦게 올 때가 많은 데다 학교 주변이 상가여서 경미한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해 걱정이 됐는데 교통안전 지킴이가 있어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교통안전 지킴이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은 낮다. 호루라기와 노란색 깃발로 보내는 교통안전 지킴이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교통안전 지킴이 임수정 씨(65·여)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쌩 지나가는 등 아찔한 순간이 여러 차례였다. 보행자가 적다 싶으면 깃발을 그냥 밀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로 교통안전 지킴이를 확대한다. 구 관계자는 “교통안전 지킴이가 수신호를 하면 운전자들은 멈추거나 속도를 줄여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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