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을 계기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뉴스 콘텐츠 유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 악성 댓글(악플)과 끊이지 않는 댓글 조작 등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아일보가 그동안의 판례를 분석한 결과 법원은 포털의 뉴스 및 게시물,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 네이버 등 포털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포털이 인터넷 게시 공간을 창출, 관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주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다.
○ “포털, 피해자 요구 없어도 위험 게시물 차단해야”
불법 게시물 및 댓글에 대한 포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표적 사례는 200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법원은 자살한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올린 비방 글과 이를 다룬 기사 및 댓글로 피해를 본 김모 씨(42)가 네이버 등 포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와 약 1년간 교제하던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A 씨의 어머니는 A 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A 씨가 김 씨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였다. 이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져나가 몇몇 언론에서 기사화했고 김 씨를 비난하는 인터넷 카페까지 생겨났다. 김 씨는 네이버 등 포털에 자신을 비난하는 악플을 삭제하고 안티 카페를 폐쇄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씨가 네이버 등 포털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은 “네이버 등은 김 씨에게 1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렸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포털은 피해자가 게시물 삭제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는 뉴스 취재, 편집, 배포하는 언론매체”
오보를 낸 언론사와 해당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네이버가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진 경우도 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5년 3월 “언론사 B사가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를 내보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B사와 네이버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모두 “B사와 네이버는 전 전 의원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전 전 의원 측에 승소 판결했다.
전 전 의원 항소심 재판부는 “네이버는 전 전 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기사를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배치해 접속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는 언론사 기사를 단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 편집, 배포 기능을 두루 갖춘 언론매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뉴스가 아닌 일반 게시물에 대해서는 포털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영어교육업체 대표 이모 씨는 2011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네이버 블로그 등에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영어캠프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자 네이버에 삭제 요구를 했다. 네이버는 글을 지웠다가 작성자의 요구로 다시 게시했다. 1심 재판부는 “네이버는 이 씨에게 2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 사건은 네이버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이 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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