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육아]<6>‘또 동생 생겼어?’ 사랑이 고픈 다자녀집 첫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11시 29분


코멘트
임신 6개월, 배가 꽤나 불러오기 시작했다.

태동까지 시작됐다. 진짜 임신부가 된 느낌이다.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내 뱃속에 네 번째 아이가 있긴 한 건가’ 나 스스로도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했다. 계획에 없이 닥친 일이라 그 어리벙벙함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또 한 번의 임신이 익숙지 않은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 엄마의 임신을 처음 보는 막내는 자꾸 커져가는 엄마의 배가 그저 신기한 모양이다. 언니들에게 ‘네 동생이 들어있다’는 반복학습을 받은 뒤로 내 배만 보면 “엄마, 여기 내 동생 들어있지요?” 하고 묻는다. 그 동생이 꿀 같던 ‘막내의 지위’를 곧 뺏어갈 사실도 모르는 채. 곧 셋째가 될 막내에게 “응, 동생이 있어” 하면 마냥 좋다고 웃는다.

둘째는 엄마의 임신을 두 번째로 보는 거지만 셋째 임신 때 본인이 워낙 어렸던 터라(둘째와 셋째는 고작 19개월 차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다. 연방 “오늘은 얼마나 더 커졌느냐”며 엄마 배의 안부를 물으며 신기해한다. 며칠 전에는 “아기가 잘 있느냐”고 하기에 한 번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니 눈을 반짝이면서 엄마 배에 얼굴을 대고 한참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들려, 들려!” 무슨 소리가 들릴 턱이 없는데 아기가 뭐라고 했다면서 둘째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덩달아 막내까지 “나도 들어 볼래” 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통에 한동안 ‘실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걱정은 첫째다. 이미 동생을 둘이나 둔 데다 이제 7살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아무 생각 없는’ 나머지 아이들과는 반응이 좀 다르다. 일단 처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부터 “우와~”하는 동생들과 달리 첫째의 답은 “또 동생이 생겼어?”였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엄마는 딸들 중 누가 제일 예뻐요?”라는 질문까지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목욕을 하다가 나에게 “엄마는 막내 동생이 제일 예쁘죠? 아빠는 둘째 동생을 좋아하고”라고 하기에 “아니야, 엄마에겐 다 똑같이 예쁘지, 더 예쁜 딸이 어딨어?”라고 곧바로 반문했다. 그런데도 며칠 뒤 셋째에게 무얼 빼앗겼다며 서럽게 우는 둘째에게 “나도 저 마음 알아”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운 사람은 안다. 자식 모두에게 양적으로 공평한 사랑을 쏟기 쉽지 않다는 걸. 그나마 2명이면 엄마가 하나, 아빠가 하나를 맡아 좀 더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테지만 3명 이상이 되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 많이 가는 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옷을 입을 때도 첫째에겐 “혼자 입을 수 있지? 엄마는 동생들 도와줘야 해서” 하고 나들이를 갈 때도 “언니가 가고픈 곳이 있어도 아직 동생들에겐 무리이니 양보하자” 하게 된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랑을 덜 받고 있다고 느낄 법하다.

그나마 없는 사랑을 나눠가질 동생이 하나 더 생긴다니 첫째가 오죽 낙심했을까. 남편은 첫째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채고 요새 집에 오면 부쩍 첫째를 아기처럼 안고 “아빠가 가장 ‘오래’ 사랑한 예쁜이”라며 사랑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아빠가 함께 있는 날은 유독 첫째의 어리광이 심해진다. 동생들에게 흔쾌히 양보하던 장난감도 “줄 수 없어”하고 버티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잘 하던 일들조차 “하기 싫어”하고 투정을 부린다. 갑자기 동생들이 타는 2인용 유모차를 자신도 타야겠다며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지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가 첫째가 내 부주의로 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두 동생은 유모차에 앉아 가고, 첫째는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가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리 아프게 넘어진 건 아니었는데 갑자기 첫째가 빵 하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무 큰 울음소리에 돌아볼 정도였다. 아빠가 가던 길을 멈추고 첫째를 안아 올려 한참 달래서야 울음을 그쳤다.

다시 손을 잡고 걷는데 첫째가 유모차를 한 번 슥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말은 안 하지만 두 동생은 유모차를 타고 편히 가는데 자신만 걸어가다가 화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맘에 첫째에게 “엄마에게 안겨”하고 양팔을 벌렸다. 어이쿠, 근데 이미 6kg 넘는 자궁을 짊어지고 다니는 임신부에게 25kg 첫째를 안는 건 무리였다. 아이 발도 안 들렸는데 내 입에선 벌써 ‘헉’ 소리가 났다. “안 되겠다, 업어야 겠다”하고 등을 내밀었다. 하지만 첫째가 기대자마자 엄청난 무게에 내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앞서 가던 남편은 “포기하고 그냥 빨리 와” 했다. 아냐, 엄마가 한 번 해 준다고 했으면 해 줘야지. 첫째를 가까운 도로 턱에 올리고 가까스로 업는 데 성공했다. 100m도 안 걸었는데 앞에 달린 아가에 뒤에 달린 아가까지…도합 31kg를 짊어진 다리가 후들거렸다. “와, 너 진짜 무겁다” 하니까 첫째가 뭐가 우스운지 등 뒤에서 킥킥거렸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뱃속에서 나왔을 때는 2.72kg에 불과했던 작은 아기였는데. 6개월 될 때까지 7kg을 넘지 않아 엄마 속을 태웠고, 첫 어린이집에서는 (4월생인데) 12월생이냐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부쩍 자라 얼마 전 영유아건강검진에서 같은 개월수 여아들 중 몸무게 상위 20%에 오를 정도로 훌쩍 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 큰 아이 취급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5kg 큰 아기는 엄마 등에 업혀 이렇게 좋다고 웃는데. 엄마의 사랑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고 느끼지 않게. 내 사랑의 풀(pool)을 더 깊고 넓게 키워야 겠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