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벌러 밭일 나섰다가… 버스 굴러 할머니 7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영암서 충돌-추락사고 19명 사상

1일 오후 전남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근처 도로 밖 경사면에 미니버스가 크게 부서진 채 넘어져 있다. 119대원들이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버스에 탔던 15명 중 운전사와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할머니 7명 등 8명이 숨졌다. 영암소방서 
제공
1일 오후 전남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근처 도로 밖 경사면에 미니버스가 크게 부서진 채 넘어져 있다. 119대원들이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버스에 탔던 15명 중 운전사와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던 할머니 7명 등 8명이 숨졌다. 영암소방서 제공
전남 영암군에서 국도를 달리던 미니버스(25인승)가 앞 차량을 들이받고 도로 옆으로 추락했다. 버스에 탔던 15명 중 8명이 숨졌다. 운전사를 제외한 사망자 7명은 근처 마을에서 밭일을 하고 귀가하던 60대 이상 할머니였다.

○ 가드레일 가로수 가로등 잇달아 들이받아

사고는 1일 오후 5시 25분경 전남 영암군 신북면 장산리 국도 13호선에서 일어났다. 사고 버스는 영암읍에서 나주시 방향으로 편도 2차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주암삼거리 근처에 이르렀을 때 미니버스가 1차로를 달리던 코란도 차량의 우측 뒷부분과 충돌했다. 충돌 후 미니버스는 오른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도로 오른쪽 가드레일을 뚫고 나갔다. 이어 가로수와 가로등에 잇달아 부딪친 뒤 도로와 인삼밭 사이 경사면으로 떨어졌다.

사고 당시 버스에는 운전사 이모 씨(72)와 할머니 14명이 타고 있었다. 임모 씨(76) 등 66세에서 82세까지 할머니 7명이 숨졌다. 운전사 이 씨도 사망했다. 나모 씨(67) 등 다른 할머니 7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코란도 운전자 이모 씨(55·여)와 동승자 3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버스는 영암에 있는 S농산유통 소속 차량이다. 할머니들은 나주시 반남면에 있는 마을 세 곳에 살고 있다. 이날 오전 밭으로 일하러 가기 위해 각자 마을에서 버스를 탔다. 이들은 영암군 미암면의 밭에서 고구마와 수박을 심고 무를 수확하는 일을 한 뒤 다시 나주 집으로 돌아가다가 변을 당했다. 대부분 용돈이나 벌려고 밭일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 사망자 왜 많았나

이날 사고 과정에서 대형 차량 충돌은 없었다. 사고 지점이 약간의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이나 과속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버스가 떨어진 곳도 높이 2, 3m에 불과한 경사면이었다. 그러나 사망자가 8명이나 발생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경찰은 인명 피해가 커진 이유로 연쇄 충격을 꼽고 있다. 최초 코란도 충돌 후 미니버스가 가드레일과 가로수 가로등을 차례로 들이받으면서 고령의 노인들이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사고 현장의 굵은 가로수는 완전히 부러졌고 버스도 180도 회전한 상태였다.

탑승자들의 안전띠 착용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사고 직후 구조대원이 출동했을 때 탑승자 상당수가 버스 밖에 있었다. 자력으로 탈출했거나 충격으로 튕겨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탑승자 일부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생존자 등을 상대로 확인 중이다. 부상을 입은 할머니 중 일부는 사고 당시 안전띠를 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버스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 중이다. 또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영암#충돌#추락사고#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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