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서 사라진 다섯 글자다. 교육부가 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바뀌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서술이 빠졌다. 이를 두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에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써왔다”며 “자유를 왜 삭제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은 없다. 그 대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 전문과 4조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그런데 헌법 8조 4항을 보면 ‘자유’란 단어가 빠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이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가 모두 나온다”며 “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자유가 빠져도 그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안에서 대한민국이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건 헌법 3조의 영토 조항(‘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에는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뿐이다. 교육부가 집필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한반도 전체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고 있어 헌법 3조는 현실과 괴리된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힌다. 명분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 3조만 보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지만 헌법 4조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간접적으로 북한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은 반국가 단체이지만 대화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을 띤다고 본다. 이것 자체가 유일한 정부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라 더 이상 논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