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동아일보 취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sasaeng’(사생) ‘sasaengfan’(사생팬)이라는 해시태그(#)를 입력했다. 사생 또는 사생팬이란 연예인을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사생활까지 침범하는 극성팬을 일컫는다. 금세 “아이돌의 개인정보와 ‘썰’(소문)을 판매한다”는 글이 무더기로 검색됐다. ‘ㅇㅅ’ ‘ㅂㅌㅅㄴㄷ’같이 아이돌 그룹명을 한글 초성으로 검색해도 이 같은 문구가 검색됐다. 그룹 멤버 이름 초성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글을 올린 판매상에게 접근해 가격을 묻는 글을 올렸다. 1분도 되지 않아 “개당 0.1∼0.2이고, 일괄로 구매하면 2.3에 거래한다”는 답변이 왔다. 0.1은 1000원을, 2.3은 2만3000원을 의미한다. 이 판매상은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오픈채팅’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여기서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2만3000원을 입금하자 각종 전화번호, 각종 소문을 적은 메모장 사진, 동영상 등 70여 건이 약 10분간 전송됐다.
그러나 “유명 남자 아이돌이 코디네이터와 성관계를 맺었다”같이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출처 역시 없이 “친한 친구가 들은 내용”이라는 식이었다. 미성년자인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 이름을 들먹이며 “집단 성관계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동영상은 아이돌과 전혀 관계없는 셀카 성인물 편집본이 다수였다.
아이돌을 숭배하는 10대 ‘팬심(Fan+心)’을 겨냥해 SNS에서 아이돌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통하는 일이 늘고 있다. 정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확인되지 않는 험담이거나 명예훼손을 범할 수도 있어 멋모르고 받아 유포하다가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느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가 비밀리에 운영한다는 SNS 주소는 0.1에 거래된다. 그러나 해당 주소에 들어가 보면 어설픈 한국어가 적혀 있고 올라온 사진은 몇 장 되지도 않는다. 해외 팬이 만든 가짜 계정일 확률이 높다.
평범한 일반인 휴대전화번호가 아이돌 것처럼 유출되기도 한다. “아이돌그룹 멤버의 전화번호”라며 판매된 전화번호 주인 A 씨는 최근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제발 연락 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A 씨 번호는 또 다른 아이돌그룹 멤버 것이라며 SNS에서 돌아다닌다.
극히 일부인 사실과 부합하는 정보는 연예인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SNS에서는 “아이돌의 항공기 정보를 입수, 판매한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아이돌 이름과 목적지를 적고는 거래를 꾀한다. 이런 정보는 건당 수만 원이다. 판매상은 항공기 좌석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국내외 항공사 직원으로만 추정된다.
이 같이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트위터는 아이디와 프로필 등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데다 본사가 외국에 있어 추적조차 쉽지 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