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최태원 SK회장 동거인 김모 씨와 관련한 허위 댓글을 달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된 네티즌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더불어 김씨 관련 허위 기사를 지속적으로 써온 특정 1인 미디어에 대해서도 기사를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명예훼손은 형사로, 허위사실 유포금지 가처분 사건은 민사로 진행됐다.
네티즌을 상대로 한 형사 재판은 2016년 12월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악성댓글을 단 51개 아이디(ID)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중 신원이 확인된 30여 명을 약식 기소했고, 이들 중 16명에 대해서는 법원의 직권 또는 본인의 신청으로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벌금을 내거나 선처를 받아 사건이 마무리 됐다.
정식재판이 진행 중인 16명 중 3명에 대해 최근 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각각 해당 악플러들에게 70만~1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고, 이들의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판결했다. 또한 김씨가 1인 미디어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신청’ 역시 지난 5월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승소했다.
현재까지 선고가 내려진 사건에서 악플러들이 댓글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사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씨가 실제로는 중졸이지만 연세대 음대나 이대 미대를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속였고 △김씨가 SK 업무용 항공기를 마음대로 타고 다니며 회삿돈으로 호화 쇼핑을 즐겼다는 것. 하지만 민·형사 법원은 피고인들이 작성한 댓글과 1인 미디어 기사 중 이른바 ‘팩트(fact)’로 확인 된 것은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등 3곳 “댓글은 모두 허위” …서울서부지법 “허위 기사 내려야”
법원 판결에 따르면 그동안 피고인들은 특정 인터넷 카페나 기사 댓글을 통해 허위사실을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미디어는 네티즌의 주장 내용을 인터넷이나 SNS, 블로그 등에 기사로 게재해 최 회장과 동거인 김씨의 명예를 훼손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일부 피고인은 “최 회장과 동거인에 대한 내용이 ‘맞든 틀리든’ 많은 사람이 의혹을 가질 수 있도록 댓글을 달라”면서 네티즌들을 부추기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법원이 동거인 김씨와 관련된 여러 논란을 모두 허위로 규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최 회장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 측은 “법원의 판단은 객관적 증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학력증명서와 SK업무용 항공기 관련 서류 등의 증거와 증언들을 종합해봤을 때 피고인들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
실제로 김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졸업한 중국 최고 미술대학인 북경 중앙미술학원 졸업증명서와 연세대 MBA(경영학 석사) 졸업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SK 업무용 항공기를 탄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SK항공기 담당직원의 사실확인서 등도 함께 제출했다.
김씨가 1인 미디어 대표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은 “‘김씨가 중졸이고, 김씨의 모친이 첩’이라는 내용이 담긴 2017년 10월 17일자 기사는 허위인 만큼 해당 기사와 해당 매체에 게시된 김씨 사진의 게재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판단에도 계속되는 공방전
한편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최 회장과 피고인들의 법정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무법인 ‘원’은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댓글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심지어 법원의 판결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2차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새롭게 들고 나온 논리는 이렇다. 서울중앙지법과 대구지법이 피고인에게 적용한 혐의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므로 댓글의 내용은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즉 자신들이 댓글로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맞지만 ‘김씨는 중졸이며, 김씨가 연세대 음대를 나온 것처럼 학력을 속였다는 댓글 내용은 사실’이라는 것.
특정 1인 미디어 역시 최근 피고인들의 유죄 선고 관련 기사에서도 “법원 판결에서 최 회장 동거인이 중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현재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강용석 넥스트로 대표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댓글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기사를 통해 강 변호사가 “고소인 측이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을 사실적시로 변경함에 따라 학력위조 댓글은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밝혀져 사실상 서울과 대구 재판 모두 무죄판결”이라며 “사실적시로 변경해 벌금형 유죄를 받았지만 결국 최초 고발내용은 무죄로 판결이 난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했으나, 이를 확인하기 위한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강 변호사는 “검찰은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유죄를 인정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판결문대로 해석하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 또한 “사실적시라고 해서 댓글 내용이 사실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법원이 해당 사건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판결한 이유는 피고인들이 인터넷상 일부 허위 기사를 사실인 것으로 믿고 댓글을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에서 ‘사실적시’라는 용어를 쓴 것이지, 댓글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지법 판결문에도 “피해자 김OO은 중졸이 아니며, 피해자 최OO의 첩이거나, 피해자 최OO의 수감기간 중 SK그룹 전용기를 탄 사실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인터넷 뉴스 등을 보고 그러한 사실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명시돼 있다.
최 회장 측은 “1인 미디어는 이번에 서부법원으로부터 판결을 받기 전에도 이미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허위 사실 보도와 관련해 정정 보도와 기사 삭제를 명령 받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무시한 채 계속적으로 사실과 다른 기사를 올리고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해당 내용들을 이슈화 시켜 문제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은 최 회장 측이 검찰이나 법원에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피고인들은 김씨가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중국 미술전문대 ‘베이징중앙미술학원’의 정식 인가기관 여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늦게나마 사실 밝혀져 다행”
하지만 법무법인 원은 “학력 관련 자료는 모두 해당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발급한 자료이며, 베이징중앙미술학원은 1950년 4월 국립 북평미술전문학교와 화북대학3부 미술계열이 합쳐진 중국 최고 미술대학으로 수많은 화가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 중국화에서 현대 회화와 조각에 이르는 내로라하는 작가는 물론 미술계 각종 요직을 중앙미술학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전용항공기를 이용해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SK 항공기 관계자의 증언과 관계 서류가 법원에 제출돼 인정됐다. 법무법인 원은 “설사 이런 기록들이 의심된다면 출입국 관리소에 사실확인을 해보면 될 텐데 피고인 측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13명은 먼저 1심 판결이 난 3명에 비해 더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댓글 수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이들 13명 중 3명에 대해서는 벌금형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그 중에는 한 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끌던 ‘미래회’의 회장을 지낸 김모 씨도 포함된다. 김 전 미래회 회장은 과거 최 회장과 관련한 기사에 외신기자 조모 씨에 대한 허위 댓글을 단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고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늦게나마 악플러들의 댓글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져 다행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 측은 앞으로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악플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특히 이미 고소됐던 사람 중 지속적으로 허위 댓글을 달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 추가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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