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주거에 대한 20, 30대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내 집을 꼭 사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바뀌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점도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의욕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8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0∼34세 청년가구 중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70.7%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전체 평균(82.8%)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강미나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 인구가 증가하고 미래보다 현재에 더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5년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서울의 연소득 대비 주택 구입 가격지수(PIR)는 8.8로 전국 평균인 5.6을 웃돌았다. 이는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9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도 68.3%로 전국 청년 평균보다 더 낮았다.
이런 현상은 주택 매매거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거래 중 40세 이하의 거래 비중은 2008년 44.9%에서 2017년 30.0%로 떨어졌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강남이 아니라도 서울에서 도심과 가까운 인기 지역은 소형 아파트 가격이 6억∼7억 원에 이른다. 부모 도움이 없으면 집 장만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전국 청년층의 자가 점유율(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19.2%로 일반가구 전체(57.7%)보다 크게 낮았다. 결혼한 지 5년 이내 신혼부부의 자가 점유율(44.7%)과 비교된다. 그 대신 신혼부부의 78.3%는 임차료와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힘들어했고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꼽았다. 자녀를 낳을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도 주택 마련과 주거비 부담이었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 우선순위 조사에서도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30.1%)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전세자금 대출지원(18.7%),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5.0%) 순이었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있는 정부 규제가 실제 수요자들의 요구와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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