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들도 다닌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7일 미용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이 집단으로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시술에 쓰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주사제가 약 60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됐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방치된 프로포폴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피해 환자는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으로 피부 리프팅 레이저, 흉터 제거, 제모, 홍조 치료 등을 받았다. 이들은 순천향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시내 병원 6곳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 21명 중 20명 급성 패혈증 증세
8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강남구 A피부과 원장 박모 씨(43)는 7일 오후 6시 45분 119 신고를 했다. “회복실에 있는 환자 3명이 복통과 구토, 저혈압 등을 호소해 대형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재난본부가 환자 여러 명이 같은 증세를 보이는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과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A피부과는 경찰 요구에 따라 이날 시술을 받은 나머지 환자 전원에게 대형병원 진료를 받으라고 연락했다. 회복실에 머물다 이송된 3명을 제외한 환자 18명은 이날 오후 8~11시 직접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 결과 전체 21명 가운데 20명에게서 동일한 증상이 확인됐다. 각 병원은 패혈증이 의심된다며 모두 입원시켰다.
이들은 이날 정오~오후 3시 반 A피부과를 찾아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 프로포폴 투여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패혈증 증세를 보인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병원 관계자 여러 명은 시술에 쓰인 프로포폴이 상온에서 60시간가량 방치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환자 20명이 거의 동시에 패혈증 증세를 보인 만큼 장시간 상온에 방치되면서 오염된 프로포폴을 병원 측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질병관리본부는 8일 A피부과를 현장 감식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A피부과에는 피부과 전문의 박 원장과 간호조무사 4명, 피부관리사 5명 등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건 당일에는 박 원장 등 8명이 일했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시술을 받은 유명 연예인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다.
● 또 병원 내 감염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을 맞은 지 8시간도 지나지 않아 패혈증 증상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보통 성인 몸에 소량의 세균이 침투하면 첫 증상은 24시간 후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량의 세균에 한꺼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로포폴 주사제는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당시 감염원이었던 ‘스모프리피드’처럼 지방 성분의 함량이 높아 세균이 성장하고 증식하기 쉽다. 2015년에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오염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환자가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이 주사제를 무균 환경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수칙을 지켰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 패혈증 ::
상처로 세균 등이 들어간 뒤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여러 장기가 빠르게 나빠지는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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