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도’ 21명 檢고발-중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9일 03시 00분


“13명은 주식 쪼개 팔아 한몫 챙길 의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잘못 배당된 ‘유령 주식’을 시장에 팔려고 한 삼성증권 직원 21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삼성증권 배당 사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

지난달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발생한 뒤 증권가에서는 ‘왜 알 만한 직원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팔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식을 팔면 2영업일 뒤에 거래대금을 받는다. 증권사 직원이라면 그동안 회사가 잘못 배당된 주식을 회수할 것이고 돈도 챙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8일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도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을 내다판 뚜렷한 이유와 동기는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이 미궁에 빠진 채로 검찰에 넘어간 셈이다.

○ 왜 팔았을까, 여전히 미궁 속

지난달 6일 1208만 주를 시장에 내놓은 삼성증권 직원 22명은 금융 당국 조사에서 일제히 “진짜 내 것인지 궁금해 호기심에 팔아봤다” “시스템 오류는 아닐까 시험해 보려고 매도 주문을 넣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주식을 일단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으면서 차익을 내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을 내다판 시간에 선물 거래량이 일주일 전에 비해 최대 96배까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원들이 외부 세력에 미공개 정보를 흘리고 부당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이 한 달 가까이 집중적으로 이런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미공개 정보 유출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증권 직원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주식을 팔았을 것이라는 정황만 드러났다. 22명 중 13명은 주식을 여러 차례 나눠 파는 등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다팔았다. 실제 주식을 팔진 않았지만 5만 주 이상 대규모 매도 주문을 낸 직원도 5명 있었다. 앞으로 검찰은 이들의 매도 동기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유령주를 내다판 16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용할지를 검토 중이다. 주식이 대거 풀려 주가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 교란행위가 적용되면 1인당 1500만∼4500만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 일반 주식 거래서도 위조 주식 유통 가능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는 삼성증권 시스템에서 우리사주뿐 아니라 일반 주식을 거래할 때도 위조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다. 정상 거래에서는 투자자가 팔려고 주식을 내놓으면 예탁결제원이 위조된 주식이나 도난당한 주식이 아닌지 확인한 뒤에 매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2013년 1월∼2018년 4월 실물 입고된 주식 9478건 중 118건이 예탁원 확인 없이 매도된 사실이 발견됐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 오류부터 직원들의 주식 매도,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유통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앞으로 한 달간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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