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나무로 정화하고, 정전기로 빨아들이고… ‘미세먼지 사냥꾼’이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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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로세하르더가 로테르담에 세운 ‘스모그 프리 타워’는 정전기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 ⓒThomas Ledl(W)
단 로세하르더가 로테르담에 세운 ‘스모그 프리 타워’는 정전기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 ⓒThomas Ledl(W)
올겨울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의 피해가 유독 심했어요. 실제로 1월에는 서울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300μg(마이크로그램·16∼35μg면 ‘보통’) 가까이 치솟기도 했죠.

세계적으로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는 2015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베이징, 폴란드 크라쿠프 지역에 약 7m 높이의 대형 공기청정기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했어요. 스모그 프리 타워는 2층 건물 정도의 높이로, 시간당 3만 m³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답니다. 이는 가로, 세로, 높이가 31m인 방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지요. 반면 사용되는 전기는 전기주전자를 작동시키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정전기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여요. 스모그 프리 타워의 중앙에는 구리 코일이 있는데, 이 코일에 전기가 흐르면 타워 주변의 미세먼지가 양전하(+)를 띤답니다. 반면 타워의 안쪽은 음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지요. 그 결과 미세먼지가 타워에 달라붙는답니다.

미국 사막연구소는 인공강우를 만들 수 있는 드론을 연구하고 있어요. 인공강우는 구름에 화학물질을 뿌려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에요. 화학물질은 주변의 물 알갱이를 한곳으로 모으는 응결핵 역할을 해요. 응결핵 주변으로 구름 속 수분이 모여 무거워지면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비가 되는 거예요. 사막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드론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정해진 위치까지 스스로 이동한 뒤, 분사 장치로 응결핵을 구름에 뿌릴 수 있답니다. 또 지상에서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고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응결핵을 뿌릴 수 있지요.

○ 도시에 세워진 빌딩 나무숲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만든 건물 ‘버티컬 포리스트’. 116m와 85m 높이의 쌍둥이 건물에 총 700그루의 나무와 2만 포기의 각종 식물을 심었다. ⓒStudio Roosegaarde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만든 건물 ‘버티컬 포리스트’. 116m와 85m 높이의 쌍둥이 건물에 총 700그루의 나무와 2만 포기의 각종 식물을 심었다. ⓒStudio Roosegaarde
식물은 잎에 있는 작은 구멍인 ‘기공’을 통해서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어요. 이 기공을 통해 체내의 수분을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증산작용’을 하는데, 이때 잎에 맺힌 수분에 미세먼지가 달라붙지요.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미세먼지가 있는 방에 벵갈고무나무를 놓고 측정한 결과, 4시간 뒤 약 70%의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도시 한가운데에 식물로 뒤덮인 건물을 짓는 ‘버티컬 포리스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에 116m와 85m 높이의 쌍둥이 건물을 짓고 여기에 총 700그루의 나무와 2만 포기의 각종 식물을 심었답니다. 식물이 놓인 위치와 높이에 따라 햇볕을 쬐는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식물이 배치되었지요. 이 건물은 미세먼지를 잡을 뿐만 아니라 매년 1만900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만8980kg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답니다. 보에리는 앞으로 중국 난징 지역에도 버티컬 포리스트를 지을 계획이지요.

2015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는 화려하게 생긴 한 건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이탈리아 궁전’이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겉이 하얀 벽으로 되어 있답니다. 이 벽의 재료는 ‘이산화 타이타늄(TiO2)’으로 햇빛 속 자외선을 받으면 미세먼지 주요 성분인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물을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해요. 이 과정에서 이산화 타이타늄은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 자동차로 잡은 미세먼지, 예술로 탄생

탄소를 이용해 만든 에어 잉크. ⓒGraviki Labs
탄소를 이용해 만든 에어 잉크. ⓒGraviki Labs
우리는 대기권의 가장 아랫부분인 대류권에 살고 있어요. 대류권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공기가 순환하지요. 그런데 지표가 차갑게 식는 새벽이나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가 땅 위에 그대로 머물면서 공기가 순환하지 않아요. 이를 ‘기온 역전 현상’이라고 한답니다. 이로 인해 기온 역전층이 생기면 미세먼지가 땅 위에 머물러서 피해가 커지지요.

이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모셰 앨러마로 교수팀은 트럭에 제트엔진을 싣고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 근처에서 하늘을 향해 제트엔진을 분사하자고 제안했어요. 제트엔진에서 나오는 바람은 초속 약 400m로 음속을 넘어설 만큼 강력해요. 이 때문에 기온 역전층 밖으로 미세먼지를 밀어낼 수 있다고 예상한 거지요. 앨러마로 교수는 “1년 중 기온 역전층이 심하게 발생하는 30∼50일만 가동해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모은 미세먼지를 이용한 예술작품이 탄생했어요. 매사추세츠공대 출신의 공학자 아니루드 샤르마는 사람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릴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미세먼지 대부분이 검은색을 띠는 탄소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를 이용하면 잉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죠.

그는 우선 자동차 배기관에 매연을 채집하는 수집통인 ‘칼링크’를 부착했어요. 자동차가 칼링크를 달고 돌아다니면 매연의 검은 입자들이 칼링크에 모이지요. 그 다음 화학적인 분류과정을 거쳐 입자들 속에 들어 있는 중금속과 발암 물질 등을 제거했답니다. 그러면 매연에서 순수한 탄소 성분만 남지요. 이 탄소가 바로 잉크가 돼요. 그는 여기에 ‘공기를 맑게 하는 잉크’라는 뜻으로 ‘에어잉크’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샤르마는 2013년부터 에어잉크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16억 μg(약 1.6kg)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였고 이것으로 1000L의 에어잉크를 만들었지요. 이 잉크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의 도시에 벽화가 그려졌어요.

정한길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jhg1road@donga.com
#나무#정화#미세먼지#정전기#스모그프리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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