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문 주인공의 탄성이다. 연기를 쭉 빨아들이는 그의 손엔 시중에 파는 특정 브랜드의 담뱃갑이 들려있다. 유명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이다.
청소년이 즐겨 보는 ‘웹툰’에 흡연 장면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시중에 파는 담배 제품이 그대로 묘사돼 있어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이 국내 인기 웹툰 53편(네이버 33편, 다음 20편)을 분석한 결과 ‘외모지상주의’ ‘뷰티풀 군바리’ ‘연애혁명’ ‘이태원클라쓰’ 등 18편(33.9%)에 흡연 장면이 담겨 있었다.
‘복학왕’과 ‘뷰티풀 군바리’에서는 KT&G 제품인 ‘디스플러스’와 ‘보헴시가 리브레’가 실제 제품과 똑같이 그려져 있다. ‘부활남’에서는 ‘말보르’ 제품이 자주 등장했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행하는 가운데 전자담배를 피는 장면이 담긴 웹툰(박살소녀)도 있었다.
이 센터장은 “특정 담배 브랜드가 웹툰 속에 나오면 실제 제품인 만큼 청소년에게 각인 효과가 매우 크다”며 “청소년이 특정 브랜드에 우호적 감정을 갖고 향후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내 남자 청소년의 흡연율은 현재 9.5%에 이른다. 금연단체들은 담배회사가 웹툰에 PPL(간접광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TV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제품을 노출시키듯 담배회사들이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웹툰을 홍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KT&G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상 잡지나 담배판매점 내부 등에만 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며 “웹툰에 PPL을 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 웹툰업체 관계자는 “작가들이 업체랑 계약을 맺고 실생활에서 쓰는 각종 제품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고, 또 일부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실제 제품을 똑같이 그리기도 한다”며 “명확한 제도나 기준이 없어 정확한 실태를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웹툰 속 흡연 장면과 담배제품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흡연 장면이 규제된다. 영화 역시 ‘약물·흡연 등이 반복되지 않게 한다’는 최소한의 규정이 있다.
반면 웹툰은 관련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웹툰 상단에 흡연 장면에 대한 경고 표시를 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흡연 장면을 그리도록 하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웹툰작가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담배 브랜드 노출을 자제하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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