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초중고교 수행평가 절반은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에서 토론형·논술형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책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는 한상규 동북중 교사는 글쓰기 열풍에 대해 “책읽기가 지식을 탐색하는 수동적 작업이라면 글쓰기는 지식을 생산하는 능동적 작업”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교육현장에서 창의력을 길러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환 안동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 조사 연구’를 통해 중2 학생 189명의 △설명 △설득 △서사 작문을 수집해 분석했다. 중2 학생들의 세 종류 글에 대한 평가를 모두 합산한 점수(100점 만점)는 49.53점이었다. 평균 50점 이하로 ‘중2 수준 작문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했는가’라는 수준에 못 미쳤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정답 찾기에 익숙해질수록 글쓰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어떻게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시켜야 할까. 글쓰기는 소재 찾기에서 출발한다. 일단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우리 집과 가족, 학교생활 등 친숙한 경험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초등학생에게 일기 쓰기를 권하는 이유다. 진로 갈등, 친구 관계 등 고민을 탐색하다가 글쓰기에 매료되는 경우도 많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저자인 이현아 홍릉초 교사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마음에 남는 책 속 단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한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쓰게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생각 나누기가 중요하다. 책을 혼자 읽기보다 토론을 통해 서로 생각을 공유하면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한 교사는 “독서감상문부터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며 “짧은 독서감상문을 쓰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눠보고, 다시 고치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여간다”고 말했다. 다만 선생님이 ‘이렇게 고쳐라’라며 평가하고 지시하면 아이들은 금방 위축되고 흥미를 잃는다.
중2 남학생 글쓰기 동아리를 지도하는 한 교사는 여학생보다 글쓰기에 흥미가 덜한 남학생에게는 영화감상문, 게임감상문을 쓸 것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악당의 입장에서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추상적인 단어, 관념적인 문장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글쓰기 전도사’인 은유 작가는 체벌을 당한 운동부 학생의 글을 예로 들었다. ‘어른들이 행사한 폭력과 위계질서를 견딜 수 없었다’보다 ‘다시 매를 맞은 날, 참을 수 없어 뛰쳐나왔다’가 좋은 글이다. 은 작가는 “글 쓴 사람이 보이지 않고 구체적인 고민이 드러나지 않으면 ‘흉내 내는 글’에 머물게 된다”고 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글쓰기로 표현력이 늘어나기도 한다.
책읽기가 완성된 요리를 먹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장을 봐서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접시에 담아낸 요리를 먹는 것에 비유된다. 전국교사글쓰기모임을 이끄는 전북교육청 김성효 장학사는 “어떤 주제든 여섯 문단 1000자 쓰기를 꾸준히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여섯 문장을 쓰고, 거기에 살을 붙여 여섯 문단 글을 완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도록 짧은 문장을 쓰고,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하면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이 교사는 초등생에게 그림책 만들기를 추천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림으로,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글로 쓰면서 표현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