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요 대기업 경영자들과 세 번째 만나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를 다시 압박했다. 특히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열어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출자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것을 삼성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마냥 내버려둘 순 없다”며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안을 마련해 오라고 재차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정위원장이 삼성을 압박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8.23%(약 1062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성 지배구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본인이)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작성한 보고서에 삼성 지주사 관련 모든 이슈가 나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와 관련한 의견을 삼성 측에도 전달했고, 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보고서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설립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비금융 계열사들의 일반 지주회사 설립 △금융지주사와 일반 지주사 수직 연결 방안이 담겨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에 편입되면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으므로 지분을 팔아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는 것은 주주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특히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법률로 강제할 사항은 아니지만 지배주주 일가는 주력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그 외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총수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와 비상장사 주식을 스스로 정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4대 그룹과 처음 간담회를 한 뒤 11월에 다시 5대 그룹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번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재계를 자주 불러 모아 군기를 잡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향후 1년간 지금처럼 형식적인 이벤트 자리를 만들지 않고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공정위가 개별적으로 지적하거나 조사하면 되지, 보여주기식으로 경영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독설을 하는 게 과연 소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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