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한식당 정선 ‘운암정’ 개장 9년 만에 영업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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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 ‘식객’ 주무대로 주목… 누적된 적자로 3월 1일 영업종료
전통혼례 등 대형 연회장으로 활용

강원 정선군의 정통 궁중 한식당 운암정은 적자 누적으로 최근 식음업 영업을 종료하고 전통 혼례 등의 행사 및 연회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원랜드 제공
강원 정선군의 정통 궁중 한식당 운암정은 적자 누적으로 최근 식음업 영업을 종료하고 전통 혼례 등의 행사 및 연회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원랜드 제공

허영만 씨의 인기 만화 ‘식객’의 주무대를 재현해 큰 관심을 끌었던 정통 궁중 한식당 ‘운암정’이 적자 누적으로 개장 9년 만에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강원 정선군 사북읍 운암정의 식음업장 영업이 3월 1일자로 종료돼 전통혼례 등 대형 연회장으로 활용 중이다.

2009년 7월 개장한 운암정은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대에 그쳤지만 적자는 연간 30억 원이 넘었다. 강원랜드에 기록이 남아있는 최근 5년간의 적자액을 살펴보면 2013년 31억 원에서 2014년 42억 원, 2015년 47억 원, 2016년 31억 원, 지난해 30억 원이었다. 고객 수는 2013년 개장 이후 가장 많은 3만6197명을 기록한 이후 2014년 3만1235명, 2015년 2만8126명, 2016년 2만8109명, 지난해 2만2332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다.

강원랜드는 더 이상의 적자 누적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식당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 강원랜드가 비카지노 부문의 경영 안정에 집중하는 것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정선군의 정통 궁중 한식당 운암정 출입문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정선군의 정통 궁중 한식당 운암정 출입문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운암정은 개장 당시 만화 ‘식객’의 주무대이자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라는 점과 고가의 궁중 정통 음식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최고가 메뉴였던 1인당 35만 원의 ‘진어별만찬’은 조선시대 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사용된 진찬안(進饌案) 요리를 기본으로 한 상차림이고 1인당 25만 원인 ‘진연만찬’은 임금이 신하들에게 친애의 정을 표시하며 베풀던 궁중요리를 기본으로 했다.

두 메뉴 모두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해 각각 한 상에 최소 70만 원, 50만 원의 초고가 메뉴였다. 그러나 높은 가격에 대한 거부감으로 외면을 받으면서 초고가 메뉴는 사라졌고 최근까지는 1인당 15만 원의 ‘하늘정찬’이 가장 비싼 메뉴였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고급화를 추구하다 보니 원가, 관리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 적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운암정의 가치를 알고 찾아오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운암정의 식당 영업은 중단했지만 전통 혼례 등 대형 행사 및 연회장으로 사용하는 한편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국제 커플이 운암정에서 전통 혼례를 올리기도 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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