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사근동 노인복지센터의 ‘9988청춘클럽’을 소개한 기사(본보 14일자 A18면 참조)에 달린 댓글 중 하나입니다. 평균 나이 70세 어르신들이 일일클럽으로 바뀐 강의실에서 흥겹게 춤추는 모습을 전한 내용은 14일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4050’이 가장 많이 본 기사였습니다. 10명 중 7명은 “보기 좋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니었습니다. 못마땅하다 못해 싸늘한 반응이었습니다. “노인답게 늙어라” “곱게 늙자”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악플과 다름없었습니다. 과연 ‘노인답게 늙는 것’은 어떤 걸까요. 경로당을 지키며 TV뉴스를 보거나 동네 체육공원에서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게 노년의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주위를 보면 40대 같은 60대, 50대 같은 70대가 많습니다. 이 중에는 일부러 경로당을 가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 서울의 경로당 이용률은 수년째 10%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치구나 지역 정치인 중에는 선거 때마다 경로당 추가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웁니다. 복지관이나 노인체육시설의 프로그램도 ‘천편일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바는 대표적인 장수국가입니다. 쿠바에는 100세 이상 노인들이 춤과 음악을 즐기고자 만든 ‘120세 클럽’이 있습니다. 활기찬 생활이 최고의 장수비결인 걸 보여줍니다.
노인을 위한 여가시설이 태부족인 가운데 청춘클럽은 그 존재만으로 칭찬해줄만 합니다.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으로 치매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 장소도 뒷골목 허름한 건물에 자리한 콜라텍보다 더 안전합니다.
청춘클럽은 한번에 50∼80명의 노인이 찾습니다. 이 중 10%는 다른 지역에서 온 노인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몇 명인지 따져 경로당만 늘려 온 노인정책이 이들을 청춘클럽으로 불러온 겁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60대 어르신은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갈 곳이 경로당뿐이라 서글프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은 노인답게’라는 의식에 얽매여 진짜 노년의 즐거움을 외면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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