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2일 경기 화성시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채 달리던 코란도 차량 앞을 막아선 투스카니 차량 운전자 한영탁 씨가 차에서 내리고 있다(블랙박스 영상)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차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 대형 참사를 막은 ‘투스카니 의인’ 한영탁 씨(46)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사람이 쓰러져 있으니까 우선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한영탁 씨는 15일 CBS FM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가 가서 부딪혀서라도 달리는 차를 세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을 어떻게 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제2서해안고속도로 평택기점 12.5km에선 코란도 차량 한 대가 갑자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코란도는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1.5km나 계속 주행했다. 당시 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씨는 코란도 운전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전자를 깨우기 위해 경적을 울렸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한 씨는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코란도를 추월한 다음 브레이크 페달을 서서히 밟았다. 이에 코란도는 투스카니를 들이받고 주행을 멈췄다.
한 씨는 “(사고 당시) 앞에서 차 한 대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비비면서 가더라”라며 “앞차들이 다들 차를 피해서 가고 있길래 저도 그 차 옆을 지나가면서 운전자를 봤는데 조수석 옆쪽으로 쓰러져 있더라.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어서 핸들은 약간 왼쪽으로 중앙분리대 쪽 방향으로 꺾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차로 코란도를 ‘쿵’하고 받으면, 충격이 상당할 거라는 예상은 하셨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아예 못했다. 우선은 저 차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사람이 쓰러져 있으니까 우선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이받았다). 정지를 시켜놓고 상황을 봐야 되니까, 사람 상태가 어떤지. 그 생각으로 우선 막고 선 거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코란도 주행을 멈추게 한 후) 운전자가 쓰러져 있는 상황이었고 문이 잠겨 있어서 열지 못했다”라며 “그랬더니 어떤 남자 분께서 망치를 갖다 주신 걸로 기억한다. 그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자가) 엑셀레이터를 계속 밟고 계시더라. 그래서 기어를 먼저 떼고 시동부터 끄고 나서 흔들어서 ‘선생님 괜찮으세요?’ 그랬더니 눈을 살짝 뜨셨다. 풀려 있는 눈이 있지 않나. 정신이 없으셨다”라고 말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건데 보험처리가 어떻게 됐나”라는 질의에는 “보험사 측에서 전화가 왔다. 고맙게도 잘 처리를 해주셨다”라고 답했다.
“한 자동차 회사에서 신형차(벨로스터)를 선물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더라”라는 말에는 “(회사 측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솔직한 얘기로 제가 상황이 많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지 않나. 그랬더니 홍보용으로 쓸 것도 아니고 그냥 회사 차원에서 해 주신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규모 교통사고를 막은 한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또한 한 씨 차량인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한 씨에게 신형 벨로스터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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