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에 부당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수사단의 주장에 대해 16일 “총장의 직무”라고 비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문 총장을 신임하며 힘을 실었고 대다수 검사들도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지지해 검찰 내분이 일단락되고 있다.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총장과 정면충돌했던 수사단은 이날 온종일 침묵했다.
○ “관리·감독은 총장의 직무”
문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검찰권이 바르게,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게 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 법률가로서 올바른 결론이 나도록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단이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과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을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하려 한 것에 제동을 걸고 외부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도록 지휘한 것은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총장의 정당한 직무라는 얘기다. 최 지검장과 김 반부패부장 기소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전문자문단 회의는 18일 열린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검찰 인사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필요한 논쟁이 빨리 정리되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검찰총장에게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은 문 총장에 대한 신임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 언질이 없이 그렇게 얘기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의견이나 주장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 국민들이 우려하고 계시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대검, 조직 추스르기 나서
대검 반부패부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강원랜드 수사지휘 과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규정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반부패부는 전국 일선 지검의 특별수사를 지휘, 지원, 감독하는 대검의 컨트롤타워다.
반부패부 김후곤 선임연구관은 A4용지 5쪽 분량의 ‘강원랜드 채용비리사건 수사지휘 관련 저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사단이 안미현 검사를 8회씩이나 불러서 조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혹시나 한 사람의 주장만으로 무리하게 대검의 수사지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또 “대검의 수사지휘 내용을 검토하고 경청한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한 안 검사는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맡은 주임검사였다.
이 글에는 검사들의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가 압수수색에 반발한 소문을 들었는데 참 황당했다. 책임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검찰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대다수 검사들은 “누가 부끄러워해야할지 두고 보겠다”, “총장이 사건에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이 외압이 되는 시대인가. 기록을 넘기는 손에서 기운이 빠진다”며 대검 지휘가 적법했다는 의견을 댓글로 달았다.
○ 전국 검사들 “총장의 수사지휘는 정당”
대다수 검사는 수사단에 대한 문 총장의 수사지휘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가 이날 전국 검사들의 의견과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서는 이날 소속 검사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문 총장의 수사지휘가 정당했다고 결론을 냈다. 문 총장이 수사 과정에서 수사단의 보고를 받지 않았고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지시한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안미현 검사(39)가 문 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하고, 수사단이 보도자료를 공표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모았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명백하게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증거나 정황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공개적으로 외압 의혹을 주장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이영주 춘천지검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려 한 것을 문 총장이 질책한 것에 대해서도 총장을 옹호했다. 한 평검사는 “그러라고 총장이 필요한 것”이라며 “증거가 부족해 보강수사를 지휘한 것을 안 검사가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야기를 나눠본 검사들 대부분은 수사단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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