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모델이 동료 남성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이른바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몰카)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선 이런 주장이 퍼졌다. 급기야 남녀 간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35만여 명이 동의했다. 일상 속 몰카 범죄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성별 갈등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실제 몰카 범죄 처리 결과를 보면 이런 주장과 차이가 크다. 몰카 범죄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지만 구속 여부에 성별은 큰 의미가 없었다.
16일 경찰의 몰카 사범 구속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순 촬영을 넘어 온라인에 유포 △피해자가 다수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를 은폐 △몰카 설치 방식이 악의적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특히 이번 홍대 몰카처럼 몰래 찍은 사진을 온라인 등에 공개해 2차 피해가 발생하면 구속 수사를 피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몰카범이 촬영만 하고 유포하지 않았다면 불구속 수사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6월 여성 A 씨는 서울의 한 공원 여자화장실에 디지털카메라를 설치해 10대 여중생 5명의 모습을 몰래 찍었다. 경찰이 A 씨를 붙잡았지만 구속되지 않았다. 촬영한 사진을 유포하지 않았고 범행을 순순히 시인한 점이 참작됐다. 지난해 2월 여성 B 씨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찜질방에서 잠을 자던 고교 2학년 남학생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었지만 우발적 범행이라 불구속됐다.
몰카 사진을 유포하지 않는 대신 가해자가 증거를 인멸했다면 구속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16년 7월 남성 연구원 C 씨는 한 리조트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여성 1명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이 자신을 찾자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를 삼켜 증거를 인멸한 것이 결정적 사유였다.
몰카 피해자가 남자라서, 가해자가 여자여서 경찰이 구속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건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2018년 5월 남성 몰카범의 2.6%(2만2155명 중 572명)가 구속된 반면 여성 몰카범은 0.9%(580명 중 5명)가 구속됐다.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은 가해자의 0.2%(876명 중 2명)가 구속된 반면 피해자가 여자면 가해자의 1.8%(2만9194명 중 538명)가 구속됐다. 여성을 노리는 남성 몰카범의 죄질 수준이 더 나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홍대 몰카 사건이 성별 갈등으로까지 번진 건 그만큼 여성들이 몰카에 대한 불안이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몰카 사건은 남성 가해자가 97%, 여성 피해자가 95%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불법 촬영(몰카)을 중대한 범죄로 보고 성별과 무관하게 엄중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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