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운곡면 명모 씨(67)는 최근 마을 뒷산에서 외지인을 자주 본다. 주말과 휴일이면 3, 4명씩 떼를 지어 찾아온다. 야산에 고사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온 불청객이다. 산주(山主)는 있지만 멀리 살고 있어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
경기 가평 지역 주민들은 요즘 고사리와 두릅 등을 외지인들에게 ‘강탈’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산악 지역에 많은 이 산나물들은 지역민들의 주 소득원 중 하나. 산주 동의를 얻어 그동안 짭짤한 재미를 봤으나 최근 외지인들이 들끓고 있다.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이후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매년 이 맘 때에만 먹을 수 있다는 죽순 집산지 전남 담양 지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의 채취량이 그저 ‘맛보기’ 정도가 아니라는 데 있다. 생계형 전문 채취꾼들까지 나서 대량으로 채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산나물 체험단’이라는 명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국 단위로 채취단을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힐링 체험’, ‘산나물 견학’, ‘원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인당 3만~5만 원씩 받고 회원을 모집하는 카페가 수십 개에 이른다. 한 카페에는 적은 회비로 등산도 하고, 두릅, 취나물, 당귀, 잔대 등 산나물과 산약초를 본전 이상 수확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산림청과 일선 시 군에서는 4~6월까지를 산나물과 산 약초 불법 채취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단속이 그리 여의치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까지 띄우고 있다.
산림청은 중앙기동단속반을 투입해 산나물 등을 불법으로 채취하고 무단 입산한 68명을 적발해 59명에게는 과태료 530만 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다 적발되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7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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