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리모 통해 낳은 아이, 민법상 친어머니는 대리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19시 30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DB
난임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경우 아이의 민법상 친어머니는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가 아닌 대리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이은애)는 9일 A 씨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분에 관한 불복신청 사건의 항고심에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A 씨 부부는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했다. A 씨 부부는 자신들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B 씨에게 착상시켰다. B 씨는 이렇게 착상한 아이를 미국의 한 병원에서 출산했고 이 병원은 아이의 어머니가 B 씨로 기재된 출생증명서를 발급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는 A 씨 부부와 친자관계가 성립됐다. A 씨 부부는 이 아이를 자신들의 친자로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종로구는 부부가 낸 출생신고서의 어머니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상 어머니인 B 씨의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종로구가 출생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항고심까지 모두 A 씨가 아닌 종로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유전적 공통성보다는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자 관계는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그런 정서적 유대관계도 ‘모성’으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정란 제공자를 부모로 보면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여성과 관계를 통해 자녀를 갖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부부의 수정체를 다른 여성에 착상시키는 방식의 ‘자궁(출산)대리모’ 역시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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