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경우 아이의 민법상 친어머니는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가 아닌 대리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이은애)는 9일 A 씨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분에 관한 불복신청 사건의 항고심에서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A 씨 부부는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갖기로 했다. A 씨 부부는 자신들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B 씨에게 착상시켰다. B 씨는 이렇게 착상한 아이를 미국의 한 병원에서 출산했고 이 병원은 아이의 어머니가 B 씨로 기재된 출생증명서를 발급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는 A 씨 부부와 친자관계가 성립됐다. A 씨 부부는 이 아이를 자신들의 친자로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종로구는 부부가 낸 출생신고서의 어머니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상 어머니인 B 씨의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종로구가 출생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항고심까지 모두 A 씨가 아닌 종로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유전적 공통성보다는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자 관계는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그런 정서적 유대관계도 ‘모성’으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정란 제공자를 부모로 보면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여성과 관계를 통해 자녀를 갖는 고전적인 대리모의 경우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부부의 수정체를 다른 여성에 착상시키는 방식의 ‘자궁(출산)대리모’ 역시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