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지리산 탈출시도 ‘KM-53’, 고속도서 관광버스 충돌로 부상
한달이상 경과 본 뒤 재방사 결정
방사지역 영역싸움 밀려 이동… 환경부, 23일 김천서 대책회의
“사고가 난 지 2주가 지나 근육이 수축됐고 조직도 변성됐다. 쉽지 않은 수술이 될 것이다.”
17일 낮 12시 전남 구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내 야생동물의료센터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센터와 함께 수술을 집도하는 강성수 전남대 수의외과 교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송차량 들것에는 세 살배기 수컷 반달가슴곰인 ‘KM-53’이 누워 있었다. 지난해 지리산을 2번이나 탈출해 10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간 그 반달곰이다.
개척자란 의미에서 ‘반달가슴곰계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KM-53은 한눈에도 야윈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를 당한 왼쪽 앞발은 위로 꺾인 채 퉁퉁 부어 있었다. “살아남은 게 ‘기적’이에요.” 정동혁 센터장이 말했다.
다 자란 야생 반달가슴곰의 복합골절수술은 세계 최초다. KM-53은 이달 5일 세 번째로 지리산을 탈출했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관광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 상완골(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의 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수술은 한나절 넘게 진행됐다. 흩어진 뼛조각을 맞추고 근육과 다른 조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수술이었다. 수술을 마친 정 센터장은 “한 달 이상 경과를 지켜본 뒤 재방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방사 시 KM-53이 다시 수도산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번이나 지리산으로 보냈지만 탈출했고, 이동 경로도 매번 비슷했기 때문이다. 종복원기술원과 함께 곰의 생태를 연구해온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곰은 만 2세가 넘어 청년기가 가까워지면 영역 확보에 나서는데, KM-53은 지리산 내 영역다툼에서 밀려 수도산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곳에서 동굴 등 맘에 드는 서식 환경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KM-53뿐만 아니라 반달곰들의 ‘엑소더스’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5월 현재 만 2세 이하 곰은 20마리로 이 중 수컷이 9마리, 암컷이 2마리, 미확인 개체가 9마리다. 현재 청년기인 만 3∼5세 수컷도 10마리에 이른다. 수컷은 암컷보다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하려는 속성이 있다. 현재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56마리로 수용가능 개체수(78마리)에는 못 미치지만 밀집 정도에 따라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구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원은 곰의 탈출 경로를 크게 3군데로 보고 무인센서 설치를 건의할 계획이다. 지리산 북쪽 덕유산, 남쪽 백운산 방향 등이다. 하지만 센서 설치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환경부는 23일 김천에서 지리산 인근 광역·기초지자체, 시민단체와 함께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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