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문화학교 유현당에서 열린 제1회 중고제소리연창회에 출연한 사회자와 명인 명창들. 왼쪽부터 최혜진, 이걸재, 서용석, 박선웅, 이은우, 안종미, 박성환 씨. 최혜진 교수 제공
충청의 소리인 ‘중고제’는 판소리 3대 유파 가운데 하나다. 일제강점기까지 심정순 이동백 김창룡 등 걸출한 명창을 배출하면서 전국 판소리 판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 서편제와 동편제에 밀리면서 명맥이 끊어져 지금은 충청지역에서조차 생소하다.
최근 들어 이런 중고제의 부흥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충청지역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17일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서 열린 ‘제1회 중고제소리연창회’는 중고제판소리문화진흥회가 마련한 첫 행사다.
학회와 소리꾼, 관련 기관 단체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진흥회는 중고제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명창과 명인을 발굴하기 위해 2월 발족했다.
앞서 충남문화재단은 2016년 중고제 맥 잇기를 역점 사업으로 채택한 뒤 학술세미나와 경연대회를 열어 부활의 불씨를 지폈다. 사재동 진흥회장(충남대 명예교수)은 “중고제가 판소리사를 이끌어 왔음에도 근래의 동편제 서편제의 발전으로 전통과 역사가 희미해졌다”며 “정기적으로 연창회를 열어 중고제 명인과 명창을 발굴하고 학술제를 열어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인 목원대 최혜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제1회 중고제소리 연창회는 충청의 소리 부활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고제 명창과 명인이 대거 출동해 그동안 쌓아온 기량을 선보였다.
박정신 서천창극원 대표가 심청가로 막을 열었다. 이은우 명창의 심화영제 중고제 판소리, 박성환 명창의 이동백제 적벽가, 임대식 명인의 부여은산별신제 음악 및 대금 연주, 이걸재 공주아리랑연구회장의 공주 긴 아리랑 등이 이어졌다. 출연자들은 토크쇼 형식의 대담을 통해 소리의 내용과 전승 내력, 특징 등을 소개해 관객의 감상을 도왔다.
학계에 따르면 동편제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남원 구례 순창 등 전라도 동북지역, 서편제가 광주 보성 등 서남지역에서 탄생했다. 중고제는 경기와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태동했는데 시기적으로 두 유파보다 앞선다. 동편제가 거칠면서도 호방하고 서편제가 정교하고 구성지다면 중고제는 예스럽고 소박하다. 첫소리를 평평하게 내고 가운데를 높였다가 끝을 내리는 음조가 충청의 사투리를 닮았다.
최 교수는 “서편제 동편제와는 달리 중고제는 판소리 유파이기도 하지만 충청지역에서 발생하고 유행했던 그 밖의 병창, 시조, 민요, 정가적 창법, 음악적 선율을 모두 아우른다”며 “진흥회가 중고제의 원류를 이룬 충청의 다양한 전승 음악과 사설 등을 찾아내 중고제의 개념과 범위,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것은 이 같은 중고제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흥회는 8월 10일 충남대에서 어문연구학회와 학술대회를 연다. 배연형 판소리학회장의 ‘판소리 중고제 재론’, 최 교수의 ‘이동백제 적벽가의 전승과 특징’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