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직업 ‘정원놀이지도사’ 아시나요?
서울-부산 등 각지에 양성과정
치매 관리사-반려동물 장의사 등 사회환경 변화로 다양한 직업 등장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인재센터, 4년째 연구-발굴 적극 지원
‘엄마, 아빠는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정원사들의 자녀들이 갖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만든 2010년 사내 복지 프로그램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정원 설계시공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푸르네정원센터의 김현정 센터장은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아이들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정원에서 그림책을 읽고, 미술활동도 하고, 식물로 요리하도록 하니 호응도가 좋았고, 외부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원사들이 본업을 제쳐 놓고 교육에만 전념하기는 어려웠다. 서울산업진흥원(sba) 신직업인재센터의 지원으로 ‘정원놀이지도사’라는 강사 양성 프로그램이 생겼다. 푸르네정원센터 정원사들의 전문교육을 받고 현재까지 총 300명의 강사가 배출됐다. 경기 대전 울산 부산 등 각지에도 양성과정이 생겼고, 관련된 민간자격증이 나왔다.
20일 경기 안산시 조선시대 고택인 청문당. 이날 초등학생 17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 이지명 정원놀이지도사(46·여)는 본래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다가 정원교육을 받고 이를 새로운 직업으로 확장시킨 경우다. 이날 아이들은 채소를 키우는 내용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청문당 주변을 산책하며, 마지막으로 무말이쌈 요리를 만들었다. 지역문화재 활용 방안을 찾던 지방자치단체와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업 수요가 늘었다.
원래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 자신이 가진 강점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신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은 이런 트렌드를 읽기가 쉽지 않다.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인재센터는 2015년부터 신직업을 연구·발굴하고, 유망한 직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일자리 워크숍을 열고 있다. 올해 출간된 미래신직업총서 ‘미래를 여는 새로운 직업’은 신직업 70개를 분석하고,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인물들의 인터뷰도 수록했다.
정익수 센터장은 “신직업은 ‘생소한’ 직업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 변화, 인구구조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노동의 역할과 형태가 새로워지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터에 정보기술(IT)을 접합한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신직업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이트 재방문율을 극대화한다. 기존의 마케터가 인문학, 경영학을 배경으로 한다면, 그로스 해커는 데이터 분석과 개발 지식이 필요한 만큼 기술공학이 배경인 학생들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다.
이 외에도 기술의 변화로 생기는 신직업으로 전기자동차 정비원, 메디컬 빅데이터 전문가, 홀로그램 전문가, 사물인터넷(IoT) 센서 유지 보수 전문가를 꼽을 수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 인해 생겨나는 주택 진단사, 치매 관리사, 웰다잉 코디네이터도 눈길을 끈다. 또 반려동물의 증가에 따라 반려견 테라피스트, 반려견 식품코디네이터, 반려동물 장의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삶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목소리 코치, 감정노동 치유사, 소비생활 어드바이저와 같은 신직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신직업총서의 주요 내용과 교육과정, 일자리매칭은 온라인 사이트(seoulgoodjob.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인재센터는 국내 조사와 해외 사례 수집을 마치고 올해 말까지 미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이 높은 2018년도 신직업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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