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숙 경북 칠곡군 왜관초 교사(58)는 5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상욱(가명·12) 군과의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상욱이는 한글 이름 석 자를 쓰지 못했다. 대화를 나눠봤지만 한국어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베트남 여성인 상욱이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꾸렸다. 늦은 밤 겨우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상욱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수 없었다.
전 교사는 상욱이의 손을 이끌고 인근 지역아동센터로 데려갔다. 어머니가 없는 낮 시간 동안 돌봐 줄 곳이 필요했다. 학교에는 다문화학생 학습지원을 위한 ‘다솜이 사랑방’을 만들어 상욱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언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했다. 지금 상욱이는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 교사는 “아이 한 명을 가르치자 온 가족이 희망을 품고 일어섰다”며 “상욱이를 통해 변화하는 가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상욱이 어머니도 전 교사에게 한글을 배웠고 현재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뛰어난 요리 솜씨를 살려 베트남 식당을 여는 게 상욱이네의 꿈이다.
전 교사는 다문화학생과 다문화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다문화가정 상담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해체되면 다문화학생에게는 이중, 삼중의 위기가 닥치기 때문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전 교사는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홍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교육자를 찾아 참다운 스승의 모습을 정립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들었다.
2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훈·포장과 상금(대상 2000만 원, 부문별 수상자 각 1000만 원)을 받는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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