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과학관은 재미있어야…청소년들이 꿈을 갖게 롤모델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고현숙 국립부산과학관장

고현숙 제2대 국립부산과학관장이 17일 과학관 1층에서 “과학관은 펀(fun)해야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고현숙 제2대 국립부산과학관장이 17일 과학관 1층에서 “과학관은 펀(fun)해야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과학관은 펀(fun)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펀하면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왜 이럴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과학에서는 꼭 필요합니다.”

취임 4개월째를 맞은 고현숙 제2대 국립부산과학관장(62)은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올해 말 ‘롤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롤 모델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코너다. 마이크로 리보핵산(RNA) 연구를 선도하는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해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한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 등 노벨상 후보 과학자의 면면을 상설전시관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27년간 신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과학관 책임자로 변신한 고 관장에게 ‘과학’은 업보(業報)다. 청소년들의 장래 직업 1위가 공무원인 현실, 노벨과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한 명도 없는 나라.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 없었다. 청소년들이 도전하고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수 있도록 과학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 급선무였다.

부산과학관은 2006년 부산시민 114만 명의 서명으로 시작해 2015년 탄생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과학관이다. 다른 4곳의 국립과학관과는 달리 지역의 특성도 잘 살렸다.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은 특화된 전시관이다.

하지만 초기에 설치한 시설·전시물들이 5년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다.

고 관장은 “시대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체험 전시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번 여름방학 때는 과학관 1층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학생들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3차원(3D) 프린팅과 메이커, 코딩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와 진공터널 같은 것을 과학의 원리로 접근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도 준비하고 있다.

고 관장은 “부산과학관에는 강원을 비롯해 전라, 경북 지역에서 과학교육과 수학여행을 병행한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과학에 예술, 인문학을 융합한 다양한 행사도 열고 있다”고 했다. 최근 행사를 열었던 NASA기획전, 뮤지언스 페스티벌, 소외계층을 위한 월요특별기획전, 앵무새 아카데미 등이 이런 취지에서 진행된 행사다. 각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석·박사급 교육전문강사 25명과 과학해설사 150명은 부산과학관의 보물이다.

부산, 울산, 경남의 29개 민관 과학관 및 전시관과 함께 협력망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도 높이고 있다. 전시품 교류와 해설사 교육, 정보 교환을 하며 동남권 과학의 ‘큰집’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초창기부터 도움을 주고 있는 후원회도 자랑거리다. 거리가 먼 서·북부산 지역 학생들에게는 단체버스 지원 등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부산과학관은 개관 2년 만인 올 1월 누적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과학교육에 참가한 학생이 11만 명을 넘었고, 법인과학관으로 25억 원 이상의 자체 수입을 올려 목표 대비 52%를 초과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운영기관에 선정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과학관은 연구, 수집, 전시, 교육을 망라한 창의 과학의 융합체라고 보면 됩니다. 생동감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 과학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래의 주인공들이 맘껏 즐기고, 꿈을 펼치는 명품 과학관이 되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연구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고 관장은 과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세계적인 과학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10년, 20년, 100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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