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고장, 2년새 절반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구의역 사고 2주기… 어떻게 달라졌나


서울교통공사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유지 및 보수 업무를 하는 조모 씨(30)가 2년 전까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작업이 있었다. 스크린도어의 장애물 검지(檢知)센서가 고장 났을 때다. 검지센서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장애물이 있는지 감지한다. 문이 아니라 광고판으로 막힌 부분의 센서는 몸을 철로 쪽으로 내밀고 수리해야 했다. ‘이 상태에서 전동차라도 지나간다면….’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 씨(당시 19세)가 진입하는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조 씨가 생각하며 움찔하던 그런 사고였다.

김 씨 사고 이후 검지센서는 스크린도어 양쪽 기둥에서 적외선을 쏘는 방식에서 스크린도어 위쪽 모서리에서 레이저를 쏘는 레이저스캐너 방식으로 바뀌었다. 스크린도어를 열어 몸을 내밀지 않아도 검지센서를 수리할 수 있게 됐다.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을 포함한 145개 역 감지센서가 이런 식으로 교체됐다. 적외선 방식보다 장애 발생률도 낮아졌다. 5∼8호선은 계속 교체하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구의역 사고 2년을 앞두고 당시 발표한 재발 방지 안전대책 및 구조개혁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발표했다.

시는 “사고 이후 서울 지하철은 속도(정시 출발)보다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가 올 1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2016년보다는 49% 감소했다”고 밝혔다.

안전대책에 따라 시는 외주를 주던 스크린도어 정비원 전원을 2016년 9월 직영으로 전환했다. 정비원과 관제센터 사이 연락체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스크린도어 정비원이 전동차 운행 관제센터와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전자운영실을 매개로 소통했다. 이들이 외부인이어서 그랬다. 자연히 현장 상황 전달에 시차가 발생해 정비원이 전동차가 진입하는 것을 모르고 작업하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직원이 된 지금은 정비원과 관제센터가 바로 연락할 수 있다.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진 것도 바뀐 모습이다. 시는 지난해 9월 스크린도어 관련 인력을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조 씨는 “예전에는 인력이 부족해 혼자 작업을 나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설령 혼자 나가더라도 비상조치만 할 뿐, 전동차가 오는지 같은 안전을 살펴줄 정비원이 오기 전에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동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위험을 안고 정비작업을 한다. 스크린도어가 열렸을 때 자동으로 전동차 진입을 막는 자동운전(ATO·Automatic Train Operation)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완공한 5∼8호선은 ATO 시스템이지만 1970, 80년대 만든 1∼4호선은 여전히 수동으로 제어하고 있다. ATO 시스템 교체를 위해 시는 올해 2000억 원을 투입한다. 다만 시스템 개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한 전동차 교체와도 맞물리는 일이어서 더디기만 하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스크린도어#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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