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대 부설 디테일경영연구소의 왕중추(汪中求) 소장은 자신의 책 ‘디테일의 힘’에서 “제아무리 큰일도 디테일에서 시작되고, 디테일을 무시하면 엄청난 (실패의)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디테일은 모방이 쉽지 않다. 독창적이면서도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디테일은 경영자와 공직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 지역 후보마다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약속이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는 옛 충남도청을 청년창업 중심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는 물론 구청장 후보들도 청년을 염두에 둔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약들을 꼼꼼히 따져보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 전국의 모든 출마자들이 내놓은 청년공약과 비슷하거나 ‘대전’이라는 말만 붙여 약간 변형시킨 느낌마저 든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심각한 고민의 흔적도, 청년과의 공감을 통해 나온 공약도 아닌 것 같다. 디테일은커녕 독창성이나 창의성도 부족해 보인다. 한 대학교수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다. 가슴이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실현될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디테일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공약은 어떨까?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대전은 ‘청년 셰프’의 도시다. 외식조리계열 학과가 있는 대학이 우송대와 우송정보대 배재대 대전보건대 대전과기대 대덕대 등 6개나 된다.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고,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 능력도 갖췄다. 이런 유능한 청년 셰프가 매년 1000명이나 배출된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에서, 그리고 현장실습에서 배운 탁월한 요리솜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서다.
대전의 음식점 2만여 곳 중 절반 이상이 현상 유지 또는 적자로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소는 자신들만의 매력적인 레시피나 SNS를 통한 홍보 능력이 부족하다.
유능한 청년 셰프와 이들 음식점과의 디테일한 ‘매칭’은 어쩌면 대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아이템일 것이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대전시는 그동안 중구 태평동(청년맛잇길)과 유천동(청춘삼거리), 서구 한민시장(다문화음식특화거리), 중리동(달빛야시장), 인동(청년구단) 지역에 수십억 원을 쏟았다.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대전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청년과의 충분한 교감도, 논의도 하지 않은 탓이다.
전남 여수시는 청년들에게 포장마차촌을 만들어줘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박장소로 변신시켰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은 청년 셰프 한 명으로 거리가 바뀌었다. 서울 연남동도 마찬가지다. 청년 예비 셰프에게까지 눈을 돌리는 디테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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