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와 관련해 29일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와 심의관 20여 명이 자체적으로 가진 회의에서는 형사고발 조치 의견이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특별조사단 3차 조사 결과에 대한 처리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형사 조치를 해야 할지, 만약 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로 해야 할지 물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대법원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법원행정처 부장판사와 심의관 20여 명이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검찰에 자료를 보내주는 소극적 수사협조 △수사협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적극적 수사협조 △수사의뢰 △형사고발 등 네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형사고발 의견은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전에는 법원행정처 차장 주재로 부장판사 회의가 예정돼 있다. 오후에는 법원행정처 내 부장판사들과 심의관들이 모두 모여 형사 조치에 대한 의견을 내는 회의를 연다. 오후 회의는 김 대법원장이 직접 참여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생각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2차 조사를 앞두고 심의관들을 모두 모아놓고 전원의 의견을 들었다. 당시 회의에서 추가 조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추가 조사 요구를 수용했다. 그 같은 전례로 볼 때 이번에도 김 대법원장은 수사의뢰나 형사고발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일단 3차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 대상자들을 적시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가 된 법관들 가운데 징계 대상자를 추리는 작업은 최소한 2, 3일은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형사고발을 하기로 정한다면 윤리감사실에서 보고한 징계 대상자 중 최소한의 인원을 고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의뢰를 한다면 검찰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차원이 되므로 수사의뢰 대상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 조치에 대한 의견은 법원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판사는 검찰 수사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1∼3차에 걸쳐 1년 2개월간 조사가 이뤄졌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수사가 필요한 핵심 이유로 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과 함께 법원 공무원 3405명의 서명이 담긴 검찰 수사 요구서를 30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달할 방침이다.
반면 대법원과 일선의 고위 법관 가운데는 형사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고위 법관은 “사법부는 헌법상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며 “고발 사안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사법부가 행정부 소속인 검찰의 수술대 위에 자청해서 올라가는 것은 헌법상 3권 분립 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자충수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달 4일 단독판사회의를 열고 ‘현 사태에 관한 입장 표명’ 안건을 논의한다. 같은 날 서울가정법원도 단독·배석판사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법관 대표들은 다음 달 11일 열릴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를 열어 형사 조치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은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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