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4년간 서울시 25개 구의회의 업무추진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지역 특산품부터 혈압약 구입까지 황당한 사용 내역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 중 가장 황당한 사례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조 간사는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예산이기 때문에 법인카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며 “구의원 중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상임위원장들에게 배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의 경우에는 월 330만원 사용이 가능하고, 부의장 같은 경우에는 160만원, 상임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월 110만 원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며 “하나의 자치구당 보통 3~4개의 상임위원회가 있다. 그래서 월 단위로 보시면 820~930만 원 정도의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간사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중 황당 사례 3위로 관악구 의회의 특산품 구입을 꼽았다. 조 간사는 “반기별로 타 지역에 방문해서 특산품, 그러니까 속초에 가서 건어물을 샀다거나 제주도에 가서 옥돔을 산 것들이 한 100~200만 원 집행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2위 역시 관악구 의회라고 밝히며 “관악구 의회의 특이한 점으로 등산복 매장에서 700만 원 가량의 집행 내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여기에 대한 취재 결과, 단합대회를 할 때 의원들의 옷과 신발을 구매했다고 했다. 등산대회라든지 이런 것들을 할 때 의원들의 옷과 신발을 구매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조 간사는 한 언론의 취재 내용을 언급하며 “등산복과 의정 활동에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고 묻자, 해당 옷을 꼭 단합대회나 등산대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옷과 신발을 신고 의정활동을 하러 다닌다는 황당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조 간사는 “베스트 1위는 무엇보다 본인을 사용한 사례”라며 용산구 의회의 약품 구입비를 들었다.
그는 “용산구 의회의 경우, 의장이 꾸준히 한 약국에서 지난 44개월 동안 총 73회, 총 54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장님이 고령이셔서 본인 혈압약을 구매하셨다는 답변을 들었다. 업무추진비를 직무 수행에 사용해야 하는데 본인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장님 혈압약을 사줘야 될 게 아니라 지금 시민들의 혈압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된 내역은 없었냐는 청취자의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저희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조금 더 특이한 점을 말씀드리자면 의원이 운영을 하거나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어떤 사업장에 집중적으로 (업무추진비를)이용한 케이스도 발견되기는 했다”며 “서초구 의회 같은 경우에는 직원 선물을 야쿠르트 판매업을 하는 배우자에게 698만 원 정도 집중적으로 구매를 한 내역들이 있었다. 마포구 같은 경우에는 의장과 부의장을 역임한 의원의 아들 가게에서 320만 원 정도 사용한 내역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지금 업무추진비 집행 사용 규정 자체가 매우 느슨하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추진비가 의원들의 어떤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케이스들이 많이 발견된다”며 “업무추진비를 항목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이나 징계를 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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