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7시경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팬방은 돈을 낸 사람만 볼 수 있는 유료방송이다. 잠시 후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은 전원이 나간 것처럼 온통 검은 색이었다. 대신 이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채팅방에 참가한 시청장 70여 명은 “소리 들린다” “드디어, 가즈아!”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노출은 물론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중계해 문제가 됐던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최근 ‘흑방’까지 등장해 논란이다. 남녀의 성관계를 중계하면서 소리만 나오게 하고 화면을 가린다고 해서 흑방이다.
보통 BJ는 술집 등에서 즉석으로 섭외한 여성과 음주방송을 진행한 뒤 자신의 집이나 모텔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성이 한 눈을 파는 사이 몰래 방송을 시작한 뒤 숨겨 놓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성관계 소리를 방송하는 것이다. 유료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 1인당 많게는 10만 원까지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방송 사실을 모른다. A 씨(21·여)도 올해 초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A 씨는 “어딘가에 방송이 유포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각 인터넷방송 업체의 자율규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고를 여러 번 받아 방송정지가 내려져도 보통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방송할 수 있다. 여러 업체를 옮겨 다니며 ‘게릴라 방송’을 하면 자율규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성관계 소리 방송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업체가 증가하면서 음란방송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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