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비서실장 면담서 밝혀, 법적 불가능… 상징적 조치 요구
비서실장 “고통 드려 미안” 사과
<촬영 이호재 기자>
고속철도(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51)을 만나 2015년 ‘KTX 승무원 대법원 판결’을 대법원이 직권으로 재심 청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대법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승무원들에게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고, 그해 11월 해고 승무원들의 패소가 확정됐다.
승무원들은 김 비서실장에게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고통 받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요구사항을 한 자도 빠짐없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겠다. 조만간 답변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소송 당사자가 재심 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 내에 법원에 재심을 직접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해고 승무원들이 직권 재심을 요청한 것은 사법부에 자성의 뜻을 보여 달라고 촉구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고 승무원들이 이날 스스로 재심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재심을 청구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법 제451조는 재심 사유를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등으로 엄격하게 한정한다. 또 KTX 해고 승무원들과 비슷한 재심 사례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해고 승무원들이 이처럼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최근 발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3차 조사 결과에 ‘KTX 승무원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려 한 사례로 적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해고 승무원들은 2008년 11월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으나 2015년 2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은 철도공사 정규직이 아니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직후 승무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9일에는 KTX 해고 승무원 10여 명이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상 첫 대법정 점거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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