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자 ‘스팸’ 취급… 하루 500개 제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일 03시 00분


후보들 “합법적 선거운동 왜 막나”, KT는 고객민원 이유로 해제 거부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지만 일부 이동통신사가 후보들의 문자메시지 발송량을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통사 측은 특별한 근거 없이 ‘고객 민원’을 이유로 하루 500건 이상의 문자메시지 발송을 금지하고 있다. 후보들은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운동이 가로막힌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북지역 시의원 후보 A 씨는 최근 한 알뜰폰(MVNO) 업체에 휴대전화 개통을 신청하면서 “합법적 선거운동을 위해 문자메시지 일일발송 제한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통신망을 빌려주는 KT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불법 스팸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면 하루 문자 500건 제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내용의 약관도 확인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31일 지방선거 출마 후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후보가 본인 이름의 휴대전화를 통하면 한꺼번에 최대 20명까지 선거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문자운동’을 하는 후보가 많다. 후보 측이 전화번호를 직접 20개까지 선택해 합법적인 문자를 쉽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합법적인 선거 문자 발송에까지 일일 제한 방침을 고수하면서 일부 후보와 마케팅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선거 특수’를 기대한 마케팅 업체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600여 명을 고객으로 유치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계약을 유지한 후보는 12명에 불과하다.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느낀 후보들이 잇달아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고 시작한 일인데 이통사가 아무 법적인 근거 없이 ‘갑질’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T는 합법적인 선거 문자라도 제한 없이 발송되면 고객 민원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일 제한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지만 고객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KT는 관할 부처에 수차례 관련 지침을 정확히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해 난감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선거문자#스팸#취급#하루 500개 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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