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좋음’ 수준(㎥당 16μg)에 가까웠던 1일 백령도의 하늘은 기대만큼 맑았다. 인천 옹진군에 속한 우리나라 최서북단인 이 섬에는 국외발 대기오염물질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측정소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에서 170km, 중국(산둥반도)에서 180km 거리로 한국과 중국 중간에 위치한 백령도대기오염집중관측소는 서쪽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가장 먼저 맞는 국외 미세먼지 관측의 전초기지다.
섬에서도 가장 서쪽 끝에 자리한 관측소는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이민도 소장을 비롯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파견된 연구관 7명이 근무한다. 이 소장은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36종의 장비가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상시 근무하며 점검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2층 오염물질자동측정실에서는 각종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컴퓨터 작업이 한창이었다.
위치도 위치지만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적은 백령도는 배경농도를 파악하고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감시에 최적의 장소다. 배경농도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뺀 자연 상태에서의 기본 농도를 뜻한다. 이상보 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인근 군용장비나 선박, 자연배출 등 백령도의 자체오염원 기여율이 전체 미세먼지의 26%가량 되지만 자동차, 산업체, 가정 등 오염발생원이 많은 육지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곳 관측소는 측정한 미세먼지의 성분과 농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과학원에 전송할 수 있는 대기오염집중측정소 중 한 곳이다. 2016년 한해동안 분석한 백령도 미세먼지의 구성을 살펴보니 62%가 150km 이상 거리에서 날아온 국외 미세먼지로 나타났다. 중국, 몽골 등에서 날아온 것으로 평소 우리나라 자체오염원 배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국 미세먼지가 전체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62% 정도 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영향도 12%로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산업시설에서 발생해 곧바로 날아온 미세먼지로 분석됐다. 이 과장은 “북한 산업시설이 열악해 아무래도 방진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생긴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측정소는 최근 기기들을 보강했다. 현재 불화수소, 염화수소, 시안화수소 등 유독성 가스 물질들을 측정하는 4개 추가장비가 시범가동 중이다. 이 소장은 “2004년 중국 충칭 시 염소가스 누출 사고, 2015년 텐진 폭발사고 등 중국에서 유독가스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가스가 편서풍을 타고 곧바로 우리나라로 날아오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측정·분석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령도관측소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연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동북아시아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공동연구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일본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장은 “현재 백령도를 포함해 전국 6곳인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2019년엔 8곳으로 늘려 미세먼지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