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설계안 통과… 일부 주민 “불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재건축 조합원 정기총회 개최
73% “설계 공모 따른 계약 승인”, 반대측 “도로로 단지 양분” 수용 거부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총회가 열린 잠신중학교 정문에서 서울시 국제현상설계공모 재건축 설계안 당선작에 반대하는 측이 “부결시켜 달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총회가 열린 잠신중학교 정문에서 서울시 국제현상설계공모 재건축 설계안 당선작에 반대하는 측이 “부결시켜 달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가 재건축 설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조합원 500여 명은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재산지킴이’를 만들고 불복(不服)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놓고 내홍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2일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잠신중학교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국제설계공모 결과에 따른 계약 체결 승인의 건’, 즉 재건축 설계안을 통과시켰다. 서면 결의서를 낸 조합원 2000여 명 등 2899명이 투표해 73.8%인 2139명이 찬성했다. 반대 593명, 기권 127명이었다.

잠실주공5단지 당선작 조감도.
잠실주공5단지 당선작 조감도.
1978년 입주한 잠실5단지는 15층 30개 동(棟), 3930채의 대단지이지만 2014년 발표한 서울시 ‘도시계획 2030플랜’에 따라 35층 이상으로 재건축할 수 없는 한강변 아파트다. 한강 조망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뜻에서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송파대로와 올림픽로 및 한강변에 맞닿은 외부 구간에 기부 형태로 △공공시설(한강보행교, 도서관) △민간시설(주거·판매·업무시설과 호텔 등)을 짓되 일부 동은 50층으로 하겠다고 제안했고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곳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種)을 상향해주는 조건으로 국제설계공모를 제안했다. 주변 상업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랜드마크가 되려면 여러 안을 받아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합은 시에 공모를 의뢰하며 비용 30억 원을 냈다. 시는 전 과정을 담당했다.

하지만 올 4월 원로 건축가 조성룡 성균관대 건축학과 석좌교수(74) 작품이 1위로 당선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조합원이 조 석좌교수의 설계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유득상 잠실5단지 입주자대표회장은 “2∼5위 작품은 지하로 차량이 다니도록 했는데, 당선작은 왕복 4차로가 단지를 대각선으로 양분한다”며 “차량이 단지를 관통하는 만큼 혼잡도만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선작이 단지 앞 잠실 사거리에 공공 공간으로 ‘잠실광장’을 구성한 것을 놓고도 반발이 거셌다. 조 석좌교수는 ‘민주적으로 열린 공공마당이자 주변 경관을 즐기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설 시위 장소로 이용돼 주변이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반대도 만만찮다. 또 당선작 아파트 모양이 하얀 직육면체에 불과해 성냥갑처럼 볼품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공모 규정에 따라 한강보행교와 도서관 등 기부 공간은 조 교수 원안대로 진행되고 아파트 외관은 조합이 이전에 계약한 설계업체와 조합, 그리고 조 교수가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도 “관련 심의를 거쳐 최종 설계안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조합원 김광장 씨는 “어느 건축가가 자기 작품을 수정하겠나. 말장난일 뿐이다. 내부 구조는 바꿀 수 있어도 건물 원형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산지킴이’ 측은 “서울시가 지나치게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 사업시행인가 전 주민총회에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예윤 기자
#잠실주공5단지#설계안 통과#일부 주민#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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