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용산 붕괴사고, 건물 노화 때문?…지반 침하→균열→붕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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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4일 08시 52분


3일 낮 12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콘크리트 잔해와 구겨진 철근만 가득 쌓여 건물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및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건물 입주 상인이 지난달 9일 용산구에 건물 붕괴 위험을 경고하며 보낸 사진에  건물 벽이 튀어나오고 여러 군데 굵은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하다(왼쪽 사진 실선 안).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낮 12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콘크리트 잔해와 구겨진 철근만 가득 쌓여 건물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및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건물 입주 상인이 지난달 9일 용산구에 건물 붕괴 위험을 경고하며 보낸 사진에 건물 벽이 튀어나오고 여러 군데 굵은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하다(왼쪽 사진 실선 안).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용산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전문가는 사고 원인으로 건물의 노화와 함께 주변의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파 작업 등으로 인해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반 침하로 기둥, 보(기둥 위에서 지붕의 무게를 전달해주는 건축 부재) 사이에 균열이 생겨 전체적으로 힘을 받쳐주는 주 구조물들이 힘의 균형 상태가 무너져 주저앉은 걸로 판단된다”고 추측했다.

박 교수는 “성냥개비를 쌓는다고 했을 때 수직으로 된 것을 기둥, 수평으로 된 것은 보다. 그 사이에 벽돌을 쌓는데 벽채가 배불뚝이가 됐다고 했다. 성냥갑으로 구조가 돼 있던 것이 비틀어졌다는 얘기”라며 “기초가 주저앉을 때 한쪽은 주저앉지 않고 한쪽만 주저앉으면 뒤틀린다. 그래서 4층 건물이 한순간에 와장창 무너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붕괴의 원인이 단순히 건물의 노화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지적했다. 시설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안전등급은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불량) 등으로 분류되는데, D등급 이하 진단을 받으면 일정 기간 안에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 건물은)적어도 C등급, D 등급 초입 정도로 보인다. 이 건물은 50~60년 된 건물인데 서울시에 있는 다른 건물들과 비교했을 때 (단순 건물 노화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건 적절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주변의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파 작업 등으로 인해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 20m 떨어진 곳에서 지하 투파 공사를 하면서 지하수를 파놓으면 흙이라든지 다른 모래들도 같이 빠져나온다. 그러면 도로나 건물 밑에 커다란 동공, 구덩이가 단숨에 만들어진다”며 “기초 밑에 그런 게 생겼다고 하면 기초가 기울어진다. 그게 싱크홀”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런 건물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아니다. 건물이 한 달 만에 배불뚝이가 된다든지, 또는 균열이 생긴다든지 그게 전조현상”이라며 “그러면 빨리 신고를 하고 관련 당국에서는 조치를 빨리 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층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건물 세입자는 5월 초 건물 이상에 대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에서는 방문 후 20여 일간 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참 이해가 안 되는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민원이 제기됐다면 즉시 점검을 하고 후속조치를 해 줘야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서울시 포함해서 관련 구청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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