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진율 높이면… 정부는 건보 치료비 줄이고 우린 수익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日 첫 SIB ‘캔서스캔’ 후쿠요시 대표


“당연하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조금 더 ‘착한’ 사업을 할 뿐입니다.”

지난달 30일 도쿄 시나가와(品川)구 캔서스캔(Cancerscan)의 후쿠요시 준(福吉潤) 대표(사진)는 “수익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캔서스캔은 지난해 8월 일본 최초로 지자체와 사회성과보상사업(SIB·Social Impact Bond) 계약을 맺었다. 목표는 도쿄도 하치오지(八王子)시 대장암 검진율을 높이는 것.

대장암 검진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는 사회적투자추진재단(SIIF)과 미즈호은행, 디지서치에서 887만4000엔(약 8800만 원)을 투자받았다. 올 3월 중간 성과 평가로 하치오지시에서 300만 엔(약 3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9%인 검진율이 14% 이상 되면 원금을 돌려받고 19%까지 오르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후쿠요시 대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닐 때 암 검진율 향상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 공중의학 전공 박사에게서 “일본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인데 대부분 너무 늦게 발견해 치료시기를 놓친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은퇴한 60대 이상이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암 검진)을 몰라서 때를 놓친다는 얘기였다.

왜 모르는 걸까. 후쿠요시 대표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암 검진을 알리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지자체에서 대상자 집으로 발송하는 흑백 전단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건 마케팅이 아닙니다. 암 검진 홍보를 마케팅으로 접근하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캔서스캔을 창업했다. 캔서스캔은 2011년 도쿄 다치카와(立川)시 유방암 검진율을 7.3%에서 1년 만에 25.5%로 끌어올렸다. 대상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각 특성에 맞는 전단을 제작, 발송한 것이 주효했다.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다른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도쿄도만큼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지자체는 선뜻 계약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때 자신을 지도한 하버드대 MBA 교수가 SIB 모델을 제시했다. 후쿠요시 대표는 하치오지시에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면 지자체의 건강보험 부담이 줄어들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진율이 높아지면 수당을 받겠다. 그래도 하치오지시는 예산을 아낄 수 있다.” 대장암을 초기 발견하면 치료비는 약 6000달러(약 650만 원)이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2만4000달러(약 2500만 원)라는 통계도 제시했다. 3년 기한 SIB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캔서스캔은 히로시마(廣島)현과도 암 검진율 향상 SIB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또 노인 약 오·남용 방지 사업을 2호 SIB로 개발 중이다. 후쿠요시 대표는 “복지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우리는 수익을 올리는 SIB 방식에 흥미를 갖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유명 리서치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일본 500여 지자체 가운데 11%는 SIB 사업을 하고 있거나 정보 수집 중이다. 70%는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도쿄=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사회적기업#캔서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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