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옆 사진관] ‘롯데월드타워’ 무단 등반가, 알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15시 08분




“롯데월드타워를 누군가 맨손으로 오르고 있대. 벌써 20층까지 올라갔다는데?”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래 커다란 매트리스가 깔려있고 소방차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대포 중의 대포라고 할 수 있는 800mm 망원렌즈를 챙겨 광화문 사무실에서 잠실로 향했다. ‘누굴까?, 뭐 하는 사람일까?’

현장 도착과 동시에 건물을 훑어 보았다. 70층 부근에 개미만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벌써 맨 눈으론 식별하기 힘든 높이까지 오른 신원 미상의 불청객은 맨손이었지만 다행히 허리에 나름의 안전장치를 걸고 휴식 중이었다. “죽으려는 사람은 아니구나”하고 안심했다. 그는 위를 오르다가도 종종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울 풍경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내 그의 얼굴이 포착됐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프랑스 암벽등반가로 유명한 알랭 로베르(56)였다. 그는 이미 2011년 세계 최고 높이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828m)를 6시간 만에 맨손으로 정복한 유명인. 노심초사 하던 롯데월드타워 관계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굴에는 미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롯데월드타워(555m)는 2015년에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29)이 2시간 29분 38초 만에 등반 성공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무단은 아니었다.

잠시 쉬는 듯했던 그에게 한참동안 올라가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56세의 나이의 체력으로는 무리였을까? 건물 안전팀과 소방관을 동반한 곤돌라가 75층까지 내려가 그를 태워 정상으로 올라왔고,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성공의 축하와 세계평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등반을 계획했다”고 말하면서도 “‘포기(give up)’가 아니다. 곤돌라 구조팀에 ‘항복(surrender)’한 것”이라며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을 정복했던 ‘프랑스의 스파이더맨’도 마저 다 오르지 못 한 롯데월드타워. 이 소식이 알려지면 전 세계적으로 건물 등반가들의 매력적인 표적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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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무단등반을 하다 체포된 경력이 많은 탓인지 경찰에 신원 확인을 시켜줄 본인의 여권을 미리 소지하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무단등반을 하다 체포된 경력이 많은 탓인지 경찰에 신원 확인을 시켜줄 본인의 여권을 미리 소지하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무단등반을 하다 체포된 경력이 많은 탓인지 경찰에 신원 확인을 시켜줄 본인의 여권을 미리 소지하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무단등반을 하다 체포된 경력이 많은 탓인지 경찰에 신원 확인을 시켜줄 본인의 여권을 미리 소지하고 있다.

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알랭 로베르가 곤돌라에 탑승해 롯데월드타워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프랑스인 고층 건물 등반가 알랭 로베르(56)가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을 오르고 있다. 알랭 로베르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를 6시간 만에 정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아부다비 국립은행, 타이베이 101, 청콩센터를 맨손 등반한 이력을 가진 그는 날 무단으로 등반, 오전 7시 54분 최초 발견돼 신고 됐다.

프랑스인 고층 건물 등반가 알랭 로베르(56)가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을 오르고 있다. 알랭 로베르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를 6시간 만에 정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아부다비 국립은행, 타이베이 101, 청콩센터를 맨손 등반한 이력을 가진 그는 날 무단으로 등반, 오전 7시 54분 최초 발견돼 신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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