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야! 여기 봐봐 언니가 조개 잡아왔어. 이건 바다에서 잡은 상추(해초)야. 예쁘지?”
저 멀리서 동생을 부르는 언니 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과 질퍽한 갯벌을 한달음에 건너온 다섯살 소녀는 동생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펼쳤다. 작은 고사리손 안에 하얀 조개껍데기와 푸른색 해초가 제법 담겨있었다. 파닥거리는 물고기는커녕 손톱만한 게 한 마리조차 없었지만 민아는 마치 대어라도 낚은 듯 신이 난 표정으로 동생에게 직접 잡은(?) 것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세살 예나는 조개껍데기가 신기한 듯 천천히 언니의 손 안을 살폈다. 갯벌 한 쪽에 민아의 수확물이 쌓이고 쌓여 ‘해산물 창고’가 생겼다. 언니의 ‘바다사냥’을 넋 놓고 지켜보던 예나는 갯벌이 맨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자 몸을 숙여 조개껍데기를 줍기 시작했다. 자매는 그렇게 한참동안 물 빠진 해변을 뛰어다니며 온 몸으로 바다를 만끽했다.
주말인 2일 경남 거제시 다대 어촌체험휴양마을에는 민아와 예나처럼 얕은 바다 밑을 살피며 손낚시에 빠진 아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바닷물로 가득 찼던 해변은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곳 체험마을은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도시민의 바다체험과 어촌 관광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테마 마을이다. 6월 현재 전국에 90여 곳의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마을은 개막이, 갯벌체험 등 바다체험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족단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마을 이름의 유래와 옛 마을 이야기 등 바다해설사의 지역 관련 스토리도 곁들여졌다. “다대마을은 1592년 옥포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작전회의를 했던 곳이에요. 옛날에는 양동이만 들고나가도 한가득 해산물을 담아올 수 있을 만큼 어족자원이 풍부했던 마을입니다.” 체험단은 썰물을 틈타 손낚시를 하는 개막이 체험에 이어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갯벌에서 조개잡기 체험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다대마을을 찾은 조미정 씨(34)는 “아이가 직접 물고기를 손으로 만지고 갯벌을 뛰어다닌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자연 그대로를 체험할 수 있고 주변 관광지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개막이 체험 때 아빠의 도움으로 물고기를 잡은 다섯살 윤우는 체험이 끝난 후에도 물고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참을 이리저리 살폈다.
바다체험을 위해 외지 사람들이 마을을 찾으면서 침체됐던 마을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김상진 다대어촌계 계장은 “마을주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소득도 매년 감소할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체험마을 소득은 물론 체험객들이 인근 식당에서 소비를 하면서 마을 전체 소득이 늘었다”고 했다. 체험 프로그램 식사 준비나 숙소 관리 등에도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어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한국어촌어항협회 바다마케팅팀 과장은 “바다와 떨어져 사는 도시민들이 바다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곳곳에 체험마을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어촌 관광 활성화와 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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