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서울과학기술대에 입학해 전남 순천에서 처음 서울에 온 박일권 씨(25)의 고민은 방이었다. 좁고 열악한 대학 주변 원룸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이나 했다. 월 20만 원가량 내는 기숙사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 대학이 기숙사를 짓겠다고 하자 원룸 주인들은 이에 반대하며 대학으로 항의 방문까지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28·여)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3년간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김 씨는 “직장을 고려해 서울 변두리를 알아보는데 30m² 빌라 전세가 2억 원대다. 숨이 막힌다”며 “학자금 갚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대출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의 주거환경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2017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4세 이하 청년 가구는 일반 가구에 비해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 △전월세 중 월세 비중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부담 모두 높았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들의 청년정책공약은 집을 향한 이 같은 청년의 애환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4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시세의 60∼80%로 역세권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앞서 박 후보는 올 4월 2022년까지 신혼부부용 주택 8만5000호 공급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시에서 펼쳐 온 정책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출산 및 신혼부부를 우대하는 임대주택 5만 호 및 청년임대주택 5만 호(대학생 기숙사 1만 호+청년 1인 가구 4만 호) 공급을 청년주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 측은 “대학생 기숙사 건립을 놓고 학생과 학교 주변 임대주택 건물주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만큼 시가 대학 기숙사 건립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시유지 및 SH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 부지를 활용해 청년 공공임대주택 건립 △금융기관 및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한 청년층 ‘보증금 프리제도’ 도입 △청년 기숙형 취업준비센터 건립 등을 내세웠다. 안 후보 측은 보증금 프리제도에 대해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급한 보증서로 청년에게 세를 놓은 임대인이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 청년 보증금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공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름다운 청년선거단’은 7일 이 세 후보 공약의 청년주거정책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박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기존 청년 주거·일자리 정책에 정치 참여와 예술분야 공약을 내세운 것이 눈에 띄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재원 마련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서울시 현재 청년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한 것은 좋았지만 기존에 제시된 청년정책과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역시 재원 조달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실련 조성훈 정치사법팀 간사는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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