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 앞서 법원장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법원장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25분경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 등을 집중 논의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국의 각급 법원장들이 7일 대법원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에 대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소장 판사들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법원장 35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25분경까지 전국법원장간담회를 열고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법부가 직접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할 경우 범죄 혐의에 대한 예단이 될 수 있어 향후 수사나 재판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법원장은 “간담회에서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가 필요하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법원장은 이어 “(재판 거래 의혹 등이) 직권남용죄가 안 된다는 의견을 말한 참석자가 여럿 있었다”며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이러저러한 걸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을 가지고 어떻게 처벌하느냐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는 특별조사단이 결과 발표에서 지적한 대로 “보고서만 작성됐지 실행이 안 됐는데 형사상 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3차까지 조사를 했으면 충분히 조사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법원장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드러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한목소리로 나타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5일 형사상 조치를 취하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입장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법원장들은 법원행정처 문건의 추가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를 갖고 ‘총 410개 문건 중 이미 공개된 98건 외에 추가 공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건 공개 논의에서 법원장들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을 여론화할지 검토한 문건 등 4건의 비공개 문건을 빔 프로젝터를 통해 검토했다.
간담회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특조단장이었던 점을 이유로 인사말만 한 뒤 곧장 퇴장했다. 회의 주재는 기관 서열과 법원장들의 동의하에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이 맡았다. 법원장들은 먼저 약 20분간 특조단의 조사보고서에 대해 간략한 요약 설명을 들었다. 이후 법원장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면서 당초 낮 12시까지 진행하기로 한 오전 회의가 오후 1시까지 이어졌고, 오후 2시 15분에 재개한 회의는 3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법원장들은 논의 결과를 정리해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고 법원 내부 통신망에 공지하기로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판사들의 의견이 갈리는 데 대해 “모든 의견이 법원이 처한 현 상황이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이 결론을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