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조울증 치료 전력이 있는 김모 씨가 긴급출동한 119 구급차를 탈취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3일 오전 3시경 부산 사하구의 한 도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 한 대가 시동이 걸린 채 서 있었다. 그때 짧은 머리의 20대 남성이 구급차에 오르더니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구급차는 15m가량 운행하다가 주차된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경찰에 붙잡힌 ‘구급차 절도범’은 말년휴가를 나온 육군 병장이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충남 천안시에서 조울증 치료 전력이 있는 김모 씨(20)가 길가에 세워진 119구급차를 몰고 2.2km를 질주하다가 여고생 2명을 다치게 했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 시동이 걸린 119구급차가 표적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종종 자동차 열쇠를 꽂아둔 채 출동한다. 긴급상황에서 1분 1초의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차량 절도 사건을 당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전체 119구급차에 리모컨 열쇠가 지급된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18개 지방소방본부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 1400여 대 가운데 700여 대가 수동형 열쇠를 이용 중이다. 열쇠를 직접 꽂아 돌리는 방식으로 문을 열거나 잠그고, 시동을 켜고 끄는 것이다. 최근 일반 차량은 대부분 리모컨 형식의 열쇠를 사용하지만 구급차는 절반이나 수동형 열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급대원들은 긴급 출동시 시간 절약을 위해 주차브레이크 등 일부 제동장치만 작동시킨 채 시동을 켜놓고 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구급차 절도 사건이 이어지면서 소방청은 결국 모든 차량의 열쇠를 리모컨 방식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일반 승합차를 구급차로 개조하는 전문업체에 의뢰해 올해 안에 모두 개선하기로 했다. 비용은 대당 최대 50만 원가량 필요하다.
소방청 관계자는 “천안과 부산에서 발생한 구급차 탈취 사건 후 기존 차량의 개조뿐 아니라 앞으로 발주하는 모든 구급차에도 의무적으로 리모컨 열쇠 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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