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령화에… 못 쓰는 기증장기 늘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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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114건 이식 못해

뇌사자와 가족의 결단으로 어렵사리 기증한 장기가 최근 5년간 100건 넘게 이식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선 고령화 여파로 뇌사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모두 평균 연령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이식 실패도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451명의 뇌사자가 콩팥과 간, 안구, 심장, 폐, 췌장(췌도) 등 총 9960건의 장기를 기증했다. 정부에 등록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3만4984명이다. 새 생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대기자 중 실제로 뇌사 장기를 기증받는 행운을 누리는 건 연간 17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뇌사 기증 장기 중 114건(1.1%)은 대기자에게 끝내 이식되지 못했다. 이처럼 이식되지 못한 장기는 2013년 6건에서 2016년 32건, 지난해 41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장기 이식 의술과 관리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식학계는 못 쓴 장기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고령화라고 보고 있다. 전체 뇌사 장기 기증자 중 50대 이상 비율은 2012년 40.8%에서 2016년 50.3%, 이식 수혜자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같은 기간 49.7%에서 58.4%로 각각 높아졌다.

장기 기증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적출된 장기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5년간 콩팥 43건의 이식 실패 사유를 분석해보니 대다수는 콩팥에 미처 몰랐던 암이 퍼지거나 혈관이 막힌 상태였다. 폐기된 안구(41건) 중 상당수도 각막에 염증이 있는 등 문제가 있었다. 최근 5년간 50대 이상 기증자의 장기 중 이식되지 못한 비율은 5.9%로 40대 이하의 장기(3.5%)보다 높았다.

이식 수혜자가 고령이어도 고난도의 수술을 견딜 확률이 떨어진다. 지난해 한 고령의 간 이식 대기자는 수술을 준비하던 중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심박이 멎었다. 장기이식관리센터가 급히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적출된 장기는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변질된 상태였다.

정부는 뇌사 장기 기증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증자의 조건을 더 엄격하게 관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장기 상태가 다소 나빠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도 많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기증자와 이식 환자의 평균 연령이 더 높아질 때를 대비해 기증 장기 이송 체계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령화#못 쓰는 기증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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