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베를린시 “통일기원” 기증… 20대 활동가 “분단국 메시지 표현”
중구 “원형 해쳐 수사 의뢰 검토”
스프레이 페인트로 벽 등에 그리는 그림이나 낙서를 뜻하는 그라피티는 예술 장르로 인정받는 추세다. 그러나 과한 경우는 예술이라고 선뜻 옹호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앞에 서있는 ‘베를린장벽’이 8일 그라피티로 덮였다. 이 베를린장벽은 1989년 독일 통일 때까지 베를린을 가로지르던 실제 베를린장벽의 일부다. 2005년 10월 베를린시가 자매결연 도시인 서울시에 한국의 통일을 기원하며 기증해 이곳에 세워졌다. 높이 3.5m, 폭 1m, 두께 40cm 조각 3개로 이뤄졌다.
베를린장벽의 서베를린 쪽 면은 당시 서독 국민의 통일을 염원하는 낙서 위에 10일 현재 노랑, 파랑, 하양 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가 그려졌다. 접근이 금지됐었기에 낙서 하나 없던 동베를린 쪽 면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내 눈을 반짝여줄 빛인지…’라고 적혀 있다. 이 그라피티의 장본인은 그라피티 활동가 정태용 씨로 밝혀졌다. 20대 후반인 정 씨는 8일 자기 인스타그램에 낙서로 덧칠된 베를린장벽 사진 두 장을 올렸다. 정 씨는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대한민국, 미래를 위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태극기 4괘를 담아 표현해냈다”는 글도 올렸다.
이 장벽의 관리 책임자인 중구는 소유권자인 서울시와 논의해 11일 중 경찰에 수사 의뢰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기증받은 이 장벽은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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