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만의 2번째 항의 집회
“동일범죄 동일처벌”… 3명 삭발, 일부 참가자 ‘남성 몰카’ 찍어 조롱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성들은 9일 ‘몰래카메라(몰카) 성차별 수사’를 규탄한 집회에서 이런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여성유죄 남성무죄’를 외쳤다.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의 여성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지난달 19일 첫 번째 집회보다 규모가 컸다.
이날 오후 3시경 혜화역부터 이화사거리까지 1km 거리의 4차로 도로는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로 가득 찼다. 분노의 상징인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오후 7시까지 4시간 동안 “동일범죄 동일처벌” “성차별 수사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초 여성들은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범인이 여성이라 구속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특히 이날 여성들은 한층 수위가 강한 주장을 쏟아냈다. 단상에 오른 한 여성은 “여성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여성, 남성의 경찰 성비를 9 대 1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3명은 삭발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들은 “상여자” 등을 연호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에도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 남성들의 진입을 통제했다. ‘몰카’를 주제로 열린 집회인 만큼 카메라 촬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부 참가자는 의경이나 남성들에게 “경찰도 한남”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 꺼져라” 등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 시민들에게는 “체포해” “구속해” 등을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집회는 ‘몰카’ 행위를 규탄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 몰카’가 현장에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집회 주변 남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과 ‘걸어 다니는 한남’ 등 조롱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따라 집회가 점차 과격하고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회 장소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이호성 씨(30)는 “집회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남성에 대한 과격한 분노 표출로 변질된다면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몰카 행위는 ‘여성 혐오’에 맞서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 퍼포먼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집회에 참가한 조모 씨(26·여)는 “사회 구조적 문제인 여성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때로는 과격한 행동도 필요하다. 과격하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없고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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