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제자들을 수차례 성폭행·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배용제 씨(54)에게 법원이 징역 8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배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배 씨는 지난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하던 모 고등학교에서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학교 복도에서 한 여학생이 넘어지자 속옷이 보인다고 말하는 등 2013년까지 총 10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았다.
배 씨의 범행은 2016년 10월 배 씨에게 문학 강습을 받은 학생들이 트위터를 통해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영향력이 큰 배 씨에게 밉보였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검찰 조사결과 배 씨는 자신의 창작실에서 학생들에게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 “내가 네 첫 남자가 되어 주겠다”, “귀를 보아하니 너의 ○○는 예쁘게 생겼을 것 같다”, “순결은 지킬 필요가 없다”, “시 세계를 넓히려면 성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추행하거나 성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배 씨는 평소 학생들에게 “사람 하나 등단을 시키거나 문단 내에서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하는 등 입시와 문학계 등단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시전형을 통해 주로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배 씨의 영향력 때문에 범행에 맞서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하려면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한데, 실기교사인 배 씨에게 출전 학생을 추천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
1심은 “등단이나 대학 입시 등을 목표로 해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학생들의 취약한 심리 상태와 배 씨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운 처지를 악용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의 여성들을 자신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객체로 전락시켰고 피해자들은 커다란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도 “배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의 법정 진술은 충분히 세부적이고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다른 사정들과도 일치한다”며 “범행 내용에 대해 향후 깊이 생각하고 많은 반성을 하라”며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배 씨는 ‘삼류극장에서의 한때’, ‘이 달콤한 감각’, ‘다정’ 등 시집을 출간해 제법 호평을 얻었으며, 시집 ‘다정’으로 2016년 ‘올해의 남도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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